MLB, 조지아주 투표권 제한에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오바마는 찬사
전 대통령들, 야구경기 개최지 놓고 대립…올스타전 경제효과 최대 2천억원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프로야구(MLB)가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입법에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이라는 고강도 대응 카드를 꺼내 들면서 투표권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논란 격화에 불을 댕긴 건 MLB의 2일(현지시간) 결정이다. 7월 13일 열리는 올스타전의 개최지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조지아주가 최근 공화당 주도로 투표권 제한 입법에 나서 주지사 서명까지 마친 데 대한 반격성 조치다. 신분 확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 법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색인종 유권자의 투표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MLB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성명을 내고 메이저리그 경기 보이콧(거부 운동)을 촉구했다.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조치를 비난한 코카콜라와 델타항공 등을 '깨어있는 기업'으로 조롱하면서 이들에 대해서도 보이콧에 나서자고 덧붙였다.
공화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마이크 리·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윗을 통해 MLB의 독과점 금지 예외 폐지에 앞장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에 서명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을 비판하는 쪽에선 MLB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MLB가 모든 시민의 투표권을 위해 입장을 취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늘 모범을 보였던 위대한 행크 에런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에런은 인종차별을 견뎌내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했던 MLB의 전설적 홈런왕으로 올해 1월 세상을 떠났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트윗을 통해 "오늘 나를 MLB 가족의 일원으로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 1일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을 맹비난하며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에 적극 찬성한 바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미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올스타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3천700만 달러(한화 440억원)에서 1억9천만 달러(2천1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올스타전이 취소된 터라 애틀랜타 지역에서 올해 올스타전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컸다. 이미 경기장 주변 숙박시설이 동난 상태다.
조지아주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사활을 거는 지역이다. 원래 '보수 텃밭'이었지만 인구 유입에 따른 정치적 지형 분화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공화당에서는 반드시 탈환해야 할 지역으로 보고 있다.
투표권 제한은 비단 조지아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이 현재 47개 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치로 전날 시민사회가 주도한 반대성명에는 트위터와 HP, 언더아머, 에스티로더 등 190여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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