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데 사용되는 가소제(可塑劑)인 프탈레이트(phthalate)와 플라스틱의 주요 성분으로 식품 포장재와 식품 용기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 비스페놀A(BPA) 등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에 임신 중 과다 노출되면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대학 메디컬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 멜라니 제이컵슨 교수 연구팀이 임신 여성 1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UPI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임신 중 이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임신 중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평균 8% 줄고 산후 우울증 위험이 50%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프탈레이트가 산후 우울증과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임신 중 소변과 혈액검사를 통해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수치를 측정했다.
그리고 출산 4개월 후 산후 우울증 진단에 사용되는 에든버러 산후 우울증 척도(Edinburgh Postnatal Depression Scale)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변 중 프탈레이트 수치가 높은 여성은 산후 우울증 발생률이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멘스 주기와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낮았다.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는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결과는 그러나 연구 대상 여성의 샘플 사이즈가 적은 만큼 확인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프탈레이트는 비닐이나 가죽, 플라스틱 제품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 첨가물질로 포장재, 식탁보, 바닥 타일, 플라스틱 장난감, 헤어스프레이, 비누, 향수, 혈액 저장 백, 의료용 튜빙 등 광범위한 용도에 사용되고 있다.
빵, 피자, 면류 같은 곡물 식품과 육류로부터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러한 식품을 조리하기 전에 담아 둔 포장지로부터, 또는 조리하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가 음식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 여성 9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산후우울증은 심한 경우 태어난 아기를 돌보지 않고 아기를 해칠 수 있으며 자살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내분비학회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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