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매년 추모객 모여들던 광경 볼 수 없게 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유족이 4일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에 있는 집을 떠났다.
자오쯔양은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동조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이후 2005년 숨질 때까지 16년 가까이 이 집에 가택연금을 당했다.
홍콩 명보는 5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공식적으로 자오쯔양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자오쯔양 사망 후 매년 6월 4일을 비롯해 그의 생일과 기일, 중국 전통명절인 칭밍제(淸明節·청명절)가 되면 자오쯔양 푸창후통 집에는 중국 공안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지자와 추모객이 몰렸다.
2019년에는 자오쯔양의 옛집 부근 곳곳에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인의 옛집 서재에는 고인의 사진, 기록물과 소장품들을 보관한 소규모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고인의 유해도 2019년 10월 부인과 합장하기 전까지 이 집에 안치돼 있었다.
명보는 "청명절 연휴 기간인 4일 자오쯔양의 유족이 32년간 살아온 푸창후퉁에서 이삿짐을 쌌다"며 "이제 더이상 이곳에 추모객이 몰리는 광경은 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의 사망한 지도자 주택관리 규정에 의거해 해당 집은 당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자오쯔양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와 함께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으나, 당 총서기였던 1989년 5월 톈안먼 민주화 시위로 궁지에 몰렸다.
무력진압에 반대하고 시위 학생들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다 덩샤오핑의 눈 밖에 나 공산당에서 축출됐다.
이로 인해 그는 숨진 후 통상적으로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사망 후 안치되는 베이징 근교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묘 지도자 구역에 안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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