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온 모바일 사업에서 결국 철수한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 개최 후 공시를 통해 "7월 31일 자로 모바일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MC사업부의 생산·판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 휴대폰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지 26년 만에, 5조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것이다.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가전과 자동차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교감하는 초연결사회의 허브로 전략적 잠재가치가 엄청난 제품이다. 그런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그만큼 뼈를 깎는 아픔일 것이다. 총성 없는 글로벌 격전장에서는 단 한 번의 결정적 판단 미스로 기술혁신 경쟁에서 밀리거나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들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누구라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냉혹한 교훈을 얻길 바란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한국 ICT 산업을 세계 초일류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휴대폰 사업 부문에서도 2010년 한때 세계시장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을 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을 고수하면서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픈 판단 미스였다. 2014년 뒤늦게 내놓은 스마트폰 G3가 1천만 대 이상 팔리기도 했으나 '반짝' 인기에 그쳤다. 지난 1월 11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 2021'에 차세대 스마트폰 'LG 롤러블'을 내놓고 반전을 꾀하려 했지만 이미 세계 9위로까지 떨어진 시장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같은 달 20일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모바일 사업 철수 검토를 시사하고 사업 매각에 나섰다. 그 후 베트남의 빈그룹, 독일의 폴크스바겐 자동차 그룹과 접촉했으나 별 진전이 없자 이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사업이라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 시장을 잃으면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LG전자 같은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LG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도 지난해 매출 63조2천638억 원, 영업이익 3조1천918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2015년 2분기부터 시작된 모바일 사업 적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나 연속됐다. 온갖 노력에도 'LG폰'을 외면하는 소비자를 되돌리지 못한 탓이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초연결 시대의 허브라고 해도 지속적인 사업 부진을 감당할 장사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는 무한한 전략적 가치에도 동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LG전자의 결정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사업실패에 대한 뼈저린 성찰과는 별개로 냉혹한 현실에 기초한 긍정적 판단으로 평가할 측면도 없지 않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사업구조 개선에 나선 LG전자가 이제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먹거리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 LG폰을 구매한 기존 고객이나 제품 공급계약을 맺은 이동통신사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LG전자가 5월 말까지 제품을 생산하고, 모바일 사업 종료 이후에도 충분한 사후서비스를 하기로 방침을 세운 데는 그런 배려가 담겨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객이 냉장고도 사고 TV도 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MC 사업본부 구성원 고용유지, 협력사 손실보전 등 후속 현안 해결에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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