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량 10∼20% 감소…부품사 절반 자금난 심화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기록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도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부품업계까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달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을 시작하면서 부품업체의 최근 납품량이 기존보다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20% 가량 인상되면서 부품업계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일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절반에 가까운 48.1%로 집계됐다.
또한 조사 업체의 40% 이상이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49.1%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부품사는 완성차 업체의 감산으로 인해 3일만 근무하고 2일은 휴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부품 생산이 50% 이내로 감소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36.0%, 20% 이내로 감소한 업체는 64.0%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품업계가 1차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연쇄적인 조업 차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작년 3분기까지 부품업체 중 적자 기업은 21개에서 35개로 증가했고,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부품업계를 위한 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규 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부품업계 유동화회사보증(P-CBO) 지원 확대와 세금 납부 유예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고용유지 지원금 요건 완화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회사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업체의 매출은 606억 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세계에서 1분기에만 약 130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도요타, GM, 테슬라 등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미 연초부터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간 재고 관리를 해온 덕분에 해외 업체들에 비해 수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이달부터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3월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이고 인기 차종부터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등 생산 계획을 조절해 오다 결국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아이오닉 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까지도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여온 기아는 이달 중 화성공장의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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