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회담·최고위급 면담 예상…한국에 '영농사업' 지원 요청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태운 전용기가 6일 오후 9시(현지시간)께 자카르타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외교·방산업계에 따르면 프라보워 장관은 한국 정부의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 출고식 참석 등 방한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전용기를 띄웠다.
그의 방한에는 국회의원 등 20여명이 동행했다.
인도네시아 야당 총재인 프라보워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10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권 안정을 위해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에 발탁했고, 작년 7월에는 "식량 문제는 안보의 영역"이라며 식량 개발 특임장관을 겸임하라고 맡겼다.
프라보워 장관은 그동안 KF-X 공동 개발사업, 대우조선해양과 2차 잠수함 사업에 '브레이크'를 건 당사자로 꼽힌다.
그는 차기 2024년 대선후보 인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기에 이번 방한의 의미가 크다.
프라보워는 장관 취임 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국가는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방한 초청은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대우조선해양과 인도네시아 국영 PAL조선소가 공동 건조한 잠수함 인도식을 계기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과 박태성 대사, 정연수 국방무관과 만나면서 우호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고, 이날 한국행 여정에 올랐다.
프라보워 장관은 7일 오전 한국 도착 후 사흘 동안 KF-X 출고식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국방장관 회담, 최고위급 면담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보워의 방한으로 고착 상태에 빠진 양국 방산 협력 사업이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양국은 8조7천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KF-X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천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더니 6천44억원을 연체한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8년 9월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KF-X 인니 분담금 중 5% 축소 등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후 현물납부 등 조정안을 두고 협상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에 2차로 주문한 1천400t급 잠수함 3척과 관련해서도 계약금 납입 등 아무런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이 방한을 계기로 밀린 KF-X 분담금 일부 지급과 2차 잠수함 사업 진행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한국에 식량 개발 특임장관으로서 '영농사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문제는 요청 금액이 매우 크다는 점. 인도네시아 측은 KF-X 공동개발에 계속 참여하는 조건으로 한국 측에 무려 50억 달러(약 5조6천억원)의 차관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해당 자금을 보르네오섬, 수마트라섬 등 영농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가 개발하려는 경작지는 전체 77만 헥타르 규모로, 이는 싱가포르 국토면적(7만 헥타르)의 10배가 넘는다.
인도네시아는 영농사업에 대한 외부 투자를 원하며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작년 9월 자카르타에서 프라보워 장관과 회담하면서 식량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논의한 바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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