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등 전문가 49명으로 구성된 등급심의위원회 설립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영화 검열 제도가 100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한다.
6일(현지시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영상저작물 검열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대신 등급 심의를 전담하는 민간 위원회가 설립된다.
정부 당국의 검열을 없애고 영화계가 자율적으로 관람 등급을 정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영화계 및 미성년자 보호 관련 전문가 49명으로 구성된다. 학부모 단체나 동물보호단체 인사도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 전체 관람가 ▲ 6세 미만 아동 관람 부적합 ▲ 14세 미만 어린이 관람 불가 ▲ 18세 미만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으로 세분화해 등급을 매기게 된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은 5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영화인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은 이제 사라졌다며 앞으로 특정 영화의 상영이 금지되거나 편집·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영화 검열 제도는 영화산업 태동기인 1914년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정치·도덕·종교적인 이유로 무수히 많은 작품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탈리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44년부터 현재까지 검열을 통해 상영 금지된 작품은 이탈리아 영화 274편, 미국 영화 130편, 그 외 해외 영화 321편 등 총 725편에 달한다. 또 1만92편은 일부 장면이 잘려 나가는 등 편집돼 상영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연출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가 노골적인 성애 묘사 등을 이유로 상영 금지 및 필름 폐기 처분을 받은 것은 유명하다.
이탈리아 영화 평론가인 엘레나 보에로는 AFP 통신에 "검열 제도 폐지는 이탈리아 영화를 위한 중요하고 역사적인 발걸음"이라며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반겼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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