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먼저 풀어야 핵합의 복원" 주장…빈에 더 머물며 양자 대화 지속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은 경제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핵 활동을 멈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은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JCPOA 공동위원회 참가국 회의에서 "제재 해제가 합의 복원을 위한 가장 필요하고 우선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확인하는 대로 규약에서 벗어난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JCPOA의 완전한 이행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담이 끝난 직후 취재진에게 "참가국과의 대화는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미국의 터무니없는 제안은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이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대가로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를 이란 대표단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이 70억 달러(7조8천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지난 3일 현재까지 20% 농도 농축 우라늄 50㎏을 생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90% 고농축 우라늄 25㎏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20% 농축 우라늄 200∼250㎏을 생산해야 한다. 이란 핵합의는 3.67%의 농도까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다.
이란 대표단은 오는 9일까지 빈에 더 머물며 핵합의 참가국 간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표단은 카터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분쟁 전문가로 일한 로버트 말리 대이란 특사가 이끌었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핵합의의 틀 안에서만 당사국들과 대화할 것이며 미국과는 직·간접적으로 회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란 핵 합의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이던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살렸다. 이에 이란은 1년 뒤인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 동결·축소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핵합의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이 먼저 핵합의를 다시 준수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면서 선(先)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이란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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