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앞 집단 강간' 사건에 민심 폭발…정부 고위층 잇단 말실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여성들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영국 BBC방송과 EFE통신 등에 따르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주말 TV 생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의지력이 있는 게 아니므로 여성들은 유혹을 없애기 위해 옷을 얌전하게 입어야 한다(dress modestly)"고 말했다.
칸 총리는 이어 "우리의 종교가 베일을 쓰도록 했다면, 그 이면에 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철학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국교가 이슬람교이다. 칸 총리는 TV 생방송으로 두 시간 동안 이어진 대중과 질의응답에서 '정부가 성폭력을 막기 위해 무슨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규탄하는 말을 한 뒤 "성폭력은 인도와 서구, 할리우드 영화 등 음란물이 증가한 결과"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칸 총리의 해당 발언은 여성 단체, 인권단체,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들은 "총리가 성폭력 원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부정확하고 무감각하며 위험하다'며 "해당 발언은 강간 문화를 촉진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의 인권위원회는 "강간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당혹스러울 만큼 무지를 드러냈고, 강간 생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성명을 냈다.
파키스탄 법원은 지난달 고속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를 끌어내 자녀들 앞에서 집단 강간한 남성 두 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밤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충격적 강간 사건의 범인들이다.
당시 피해 여성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해당 도로를 운전하다 기름이 떨어지자 차를 멈추고 친척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남성 두 명이 다가와 차 유리를 부수고 여성을 끌어낸 뒤 아이들 앞에서 집단 강간했다.
해당 지역 경찰청장이 "피해자는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자 주요 도시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폭력 근절을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가라앉지 않자 파키스탄 정부는 작년 12월 화학적거세법(성충동약물치료)을 도입하고, 성범죄 전담 특별법원 신설을 통해 중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후 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게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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