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이종교배 흔하게 일어나

입력 2021-04-08 16:32  

현생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이종교배 흔하게 일어나
바초 키로 동굴 유골 게놈서 모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나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의 조상이 약 5만~4만5천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네안데르탈인과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확인된 사실이다. 유럽인을 중심으로 현대인 유전자의 2~3%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생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이종 교배가 지금까지 생각되던 것보다 더 일반적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통신과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역사 과학 연구소' 등에 따르면 마테야 하이딘야크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불가리아의 바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현생인류 조상의 유해에 대한 게놈 분석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동굴에서 발굴된 치아와 뼛 조각 등은 4만5천930년~4만2천580년 전 살던 현생인류 조상 3명에게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유전자가 현대 유럽인보다는 동아시아나 미주 쪽 인구와 더 가까워 "지금까지 유전자 기록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던 또다른 유럽 유입 무리"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은 모두 5~7세대 전에 네안데르탈인 조상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딘야크 연구원은 "이는 유럽 1세대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이종 교배가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 증거는 루마니아에서 발굴된 약 4만년 전 현생인류 조상인 '오아세 1' 뿐이었다.



현생인류의 조상이 가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유골의 연대추정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 사례도 나왔다.
체코에서 1950년에 발굴돼 '즐라티 쿤'(Zlaty kun·황금말)으로도 알려진 여성 두개골은 형태상 적어도 3만년 이전 것으로 추정됐지만 방사성 탄소 연대 추정에서는 1만5천년 전으로 엇갈리게 나와 혼란을 줬다.
최근 게놈 분석 과정에서 소의 유전자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두개골 복원 과정에서 소의 뼈로 만든 접착제로 인해 오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는 이종교배를 통해 섞인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통해 나왔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길이가 짧아지는데, 즐라티 쿤에서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길이가 게놈 분석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유골인 '우스트 이심'보다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우스트 이심은 약 4만5천년 전 현생 인류 조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즐라티 쿤은 이와 비슷하거나 그 이전에 살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즐라티쿤이 이종교배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인 조상에게서 약 2천년 뒤 후손으로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를 통해 발표됐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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