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엉망'…내용물 뭔지 몰라

입력 2021-04-09 11:18   수정 2021-04-09 17:33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엉망'…내용물 뭔지 몰라
"8만5천개 용기 중 4천개가량의 내용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자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방사성 폐기물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사성 폐기물을 담는 용기(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을 폭발 사고로부터 1년간 기록하지 않았다고 전날 밝혔다.
도쿄전력은 또 내용물 기록을 시작한 후로도 2017년 11월까지는 용기 속 내용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조회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식의 엉터리 폐기물 관리가 6년 8월간 이어져 약 8만5천 개의 용기 가운데 4천 개가량의 내용물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도쿄전력은 폭발로 생긴 건물 잔해와 작업원들이 사용한 방호복 등 각종 방사능 오염 폐기물을 강철제 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4천 개의 용기에는 보관 장소 등으로 미루어 불에 타지 않는 건물 잔해나 방사선량이 높아 소각처리할 수 없었던 가연성 물질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경내에서 방사선량이 높은 폐기물 덩어리가 발견돼 도쿄전력의 폐기물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젤 형태인 이 덩어리의 표면 방사선량은 시간당 13m㏜(밀리시버트)로 측정돼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1m㏜)를 크게 넘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주 중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할 예정이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냉각장치 고장으로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은 녹아내린 원자로 격납용기 내의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섞이면서 방사능 오염수를 계속 만들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나는 오염수를 핵 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이미 125만t을 넘어선 이 오염수(일본 정부는 처리수라고 부름)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 되면 총 137만t 규모의 저장 용량이 포화상태가 되고, 폐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들어 육상 보관 중인 오염수를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13일 공식 결정 / 연합뉴스 (Yonhapnews)
처분 방식을 놓고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운영했던 전문가 소위가 작년 2월 정리한 최종 보고서에서 해양 방류를 가장 유력한 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주변 지역 어민들의 강한 반발로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 방식의 오염수 처분 결정을 미뤄왔는데, 이르면 오는 13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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