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미 국무부 보고 인용
"미, 중국 세력확장 견제할 남중국해 전략에 탄력"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필리핀이 미국 군대의 주둔을 허용하는 협정을 이달 중 연장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요충지에 있는 전통 우군과의 불화를 잠재워 중국 견제를 위한 남중국해 전략에 힘을 더 쏟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필리핀의 한 고위 관료는 미국 정부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문군 협정(VFA)을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린폴리시는 미 국무부가 지난 2월 의회에 보낸 보고서를 입수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이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고려를 위해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도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려면 필리핀에 주둔하는 게 필수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은 미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필리핀은 미군의 주둔 근거가 되는 VFA를 파기하겠다고 지난해 공식 통보했다. 미국이 두테르테 대통령 측근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 협정은 미군의 주둔과 철군, 필리핀 법규정 위반시 처리 등 양국 현안을 모두 다루는 규정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포린폴리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VFA를 파기하려는 필리핀의 움직임을 겨우 보류시켜놓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달 내로 이 협정에 다시 서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임시방편으로 체결한 협상이 만료되는 시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 국방부의 한 전직 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아마 협정을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체결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협정을 다시 체결하는 논의가 진척 중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여전히 대가를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마닐라와 가까운 수빅만과 클라크의 해군기지는 세계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에서 모두 핵심 전략 지역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필린핀 배타적경제수역(EEZ)인 휫선 암초 해역에 어선을 늘리자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 방위 조약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이 과거처럼 필리핀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하지는 못하겠지만, 필리핀 제도는 해상 교통의 핵심으로서 대만에서의 긴급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투명성 이니셔티브'의 그레그 폴링 이사는 "미국이 필리핀에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남중국해에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의회 보고서에서 "만약 VFA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인력과 장비 등을 줄이는 작업에 초점을 둬야 한다"라며 "이 경우 양국을 지탱하는 안보 협력이 8월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태풍이나 테러 단체의 공격 등 위기 대응 능력도 떨어지고, 아파치 헬리콥터와 F-16 전투기 판매 등 15억 달러 규모의 방위산업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게 국무부의 설명이다.
양국 국방·국무부 대표단이 지난 2월 VFA 연장을 위해 회담을 벌였지만 성사되는 데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내세웠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처형하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라며 "현 행정부에서 어떻게 다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처럼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실적 목적을 위해 인권에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aayy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