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30억년 전 완전히 마르기 전 건기·습기 여러차례 반복

입력 2021-04-09 15:57  

화성 30억년 전 완전히 마르기 전 건기·습기 여러차례 반복
큐리오시티 로버 샤프산 기슭 오르며 경사면 지층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이 약 30억년 전 오늘날처럼 완전히 말라버리기 전에 건기와 습기가 여러차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 등에 따르면 '천체물리학·행성학연구소'(IRAP)의 CNRS 연구원 윌리암 라팽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수집한 지층 분석 자료로 확인한 결과를 미국지질학협회 저널 '지질학'(Geology)에 발표했다.
큐리오시티는 약 38억~35억년 전에 형성된 충돌구인 '게일 크레이터'의 중앙에 퇴적물이 쌓이고 침식 과정을 거쳐 형성된 5.5㎞ 높이의 샤프산(Mount Sharp)을 오르는 중이다. 이 산의 퇴적층은 고대 기후와 물, 침전물 기록이 잘 간직돼 있어 탐사 목표지가 됐다.
큐리오시티는 샤프산 기슭의 경사면에서 퇴적층이 급변한 곳을 마스트에 설치된 '쳄캠'(ChemCam)의 고해상도 원격카메라로 분석했다. 쳄켐은 적외선 레이저 빔을 암석에 쏘아 섭씨 1만도로 가열해 기화하고 이를 통해 화학적, 광물학적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샤프산 경사면의 지층은 호수 침전물로 된 점토층이 바닥을 형성하고, 그 위로 바람이 만든 사구(沙丘)로 넓고 큰 사암층이 쌓여 오랜 시간 건조한 기후가 계속됐다는 점을 드러냈다. 또 사암층 위로는 깨지기 쉬운 층과 단단한 층이 얇게 교차하며 홍수 퇴적물로 지층이 형성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습한 기후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지층 변화는 화성이 지금과 같은 춥고 건조한 기후를 갖기 전에 건기와 호수·강 환경의 습기가 여러 차례 크게 변동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샤프산 경사면의 광물 구성은 화성 상공을 도는 궤도선을 통해 단서가 확보됐으나 큐리오시티가 지상에서 이동하면서 쳄캠을 가동해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게 됐다.



큐리오시티가 분석한 하부 지층은 약 37억~29억년 전 헤스페리안기의 환경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시기에는 화성의 대기가 점점 우주로 빠져나가면서 행성 전체 기후가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8월에 착륙해 9년째 탐사활동을 해온 큐리오시티는 앞으로 샤프산 산기슭의 작은 구릉을 오르며 다양한 지층에 구멍을 뚫고 시료를 채취해 이런 기후변화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탐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큐리오시티의 쳄캠은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와 프랑스우주국이 주 단위로 바꿔가며 번갈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85만여회에 걸쳐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해 얻은 자료로 100여편의 논문이 출간됐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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