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으로 금리 상승·비트코인 등장 꼽혀…"금 소외 국면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금값 약세 등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금 거래대금도 4개월째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등 금의 '투자 자산'의 기능이 점점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금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74억원이었다. 이는 지난달 대비 7.7% 감소한 수준으로 지난 1월 112억원, 2월 96억원, 3월 80억원 등 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금 거래대금은 일평균 143억원으로 2014년 3월 KRX 금시장이 개설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해 7월부터 이어진 금값 최고가 랠리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였다.
금값은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각국이 일제히 금리를 낮추면서 고공 행진을 펼쳤다.
금은 이자가 없는 안전자산으로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실질 금리가 낮아져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적어질수록 매력이 커진다.
이에 지난해 7월 28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8만100원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8월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이 온스당 2,069.40달러로 마감하며 최고가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1,744.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금값은 작년 7월 고점 대비 21% 떨어진 6만3천400원으로 마감했다.
비트코인의 등장도 금 수요가 감소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보면 금 관련 펀드에 있던 자금의 절반 정도가 비트코인 관련 자산들의 펀드 등으로 넘어갔다"면서 "미국 투자은행(IB) 등 여러 기관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함으로써 비트코인 체력 자체가 금보다 더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향후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실질금리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금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금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를 비트코인이 흡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동행하며 완연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실제 비트코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이미 가치 보전(인플레이션 헤지)을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변동성 장세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자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기존 투자자 대비 가상화폐에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비트코인의 주류(Mainstream)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금융 자문사 드비어(deVer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2 이상이 비트코인을 금보다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영 연구원은 "(금이 갖는) 안전자산이나 귀금속의 기능은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금의 화폐 기능이 비트코인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현재 경기 사이클상 명목금리가 장기적 방향으로 올라간다면, 금 가격은 계속 약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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