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초대장 받은 삼성전자, '20조원' 미국 투자 속도 내나

입력 2021-04-11 05:00  

백악관 초대장 받은 삼성전자, '20조원' 미국 투자 속도 내나
국내 기업 유일, 12일 백악관 화상회의 참석…최시영 사장 나갈 듯
미국 투자 압박 예상…재계 "삼성, 오스틴 공장 투자 결정 빨라질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1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 회의에 초대받은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정부의 '러브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는 삼성전자는 이날 회의에서 나올 미국의 요구가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삼성전자가 현재 검토 중인 미국 오스틴 공장의 추가 투자 결정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백악관 회의에 초대된 삼성, 주말 내내 대응책 고심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화상 CEO 서밋을 주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대만의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다.
최근 심각한 자동차 반도체 공급 대책 마련에서 시작된 회의답게 미국의 주요 반도체·통신 기업과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회사, 해외 자동차 반도체 회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대거 초청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최강자이기도 하지만 TSMC에 이은 파운드리 2위 기업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빠질 수 없는 핵심 기업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됐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DS(반도체·부품) 사업본부의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들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백악관 화상회의와 관련한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번에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모은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자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중이고, 미국내 많은 고객을 확보한 삼성전자에 백악관이 상당한 '청구서'를 내밀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경영진들은 이러한 미국측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즉각 화답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어서다.
백악관 회의에 삼성측에서는 현재 구속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오스틴 공장이 파운드리 공장이고, 현재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공장도 파운드리 라인인 만큼 최 사장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 재계 "오스틴 파운드리 투자 결정 빨라질 듯"…중국 반응은 부담
재계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12일 화상회의에서 자국 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실태를 파악하고, 반도체 기업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도 거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난겨울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삼성의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셧다운 여파로 약 3천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와 이러한 리스크 등을 감안한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백악관 회의가 머뭇거리던 삼성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망설여온 삼성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 결국 바이든 정부가 내민 청구서를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전자는 앞서 텍사스 주정부 재무국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투가 건설로 지역 사회에 총 89억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으며, 공장 건설 과정에서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은 초미세공정이 아닌 14∼65나노미터(nm·10억분의 1m)의 SSD와 DDI 등 일반 반도체 부품 공장인데다 높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수익성이 좋은 공장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번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결정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삼성이 미국의 투자 결정을 서두를 경우 대중국 사업 전략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는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인데, 중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빌미로 삼성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미국 뿐만 아니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요청도 쉽게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며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기업들이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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