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또 회생절차 밟게 된 쌍용차, 이번에도 살아날까

입력 2021-04-15 10:11   수정 2021-04-15 10:54

10년만에 또 회생절차 밟게 된 쌍용차, 이번에도 살아날까
'청산이냐 존속이냐' 조사위원 보고서가 1차 관문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할 듯…몸집 줄이기 관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법원이 15일 쌍용차[003620]의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 10년만에 다시 법원의 손에 생사 여부를 맡기게 됐다.
쌍용차의 회생 여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가 큰 만큼 향후 회생 가능성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만명의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법원이 쌍용차를 청산하기보다 공개 매각을 통해 새 인수 후보자를 찾고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회생절차 개시…조사위원 보고서 관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쌍용차에 대한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2월21일 쌍용차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지 115일만이자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만이다.
법원은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그동안 2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와의 투자 계약서는 커녕 투자의향서(LOI)조차 제출하지 못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일 쌍용차 채권자협의회 등에 회생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수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을 주도해 온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투자 유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예 사장은 지난 7일 "회사가 또다시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예 사장의 사임으로 회생 절차 관리인은 그동안 예 사장과 함께 매각 협상 작업을 주도해 온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이 선임됐다.
통상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법원은 앞서 회생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조기 졸업하도록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쌍용차에 전달한 상태다.
법원은 일단 조사위원을 선임해 쌍용차의 재무 상태에 대한 정밀 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를 진행해 쌍용차의 채무를 비롯한 재무 상태 등을 평가해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로 내게 된다.
조사위원이 회생 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보고를 할 수도 있다. 기업 회생을 위한 1차 관문인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 규모가 3천700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쌍용차 파산으로 실업자 2만명이 대거 양산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산보다는 존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통해 새 투자자를 확보하고 유상증자 등 투자계획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 쌍용차 인수 의향 업체 6∼7곳…HAAH오토도 입찰 참여할 듯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6∼7곳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를 제외하면 현재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있는 업체들의 자금력이 미흡한데다 인수 의지 등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이들 업체의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공개 매각이 진행되면 이중 몇군데가 입찰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일부 업체는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보다 향후 투자 유치 등을 고려, 업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인수 의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HAAH오토모티브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업체로, 수입차 유통 분야에서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듀크 헤일 회장이 창업주다. 작년 중순부터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뒀으며 작년 7월께 실사를 진행하며 유력 투자자로 떠올랐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가 끝내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해 쌍용차가 P플랜(단기법정관리) 돌입에 실패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투자자 설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자는 공익채권 3천700억원에 부담을 느낀데다 쌍용차의 흑자 전환 방안 등 미래 사업 계획에도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면 1년에 12만∼13만대를 생산, 판매해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영난으로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회사의 회생을 위해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쌍용차는 같은 해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천600여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여기서 시작된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끝에 9년 만인 2018년에야 해고자 전원 복직으로 겨우 봉합됐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지만,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관리인인 정 전무가 친노조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에 따라 임금 삭감과 생산 효율 제고 방안 등이 회생 계획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공개 매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유상증자 등의 투자 계획과 채무 조정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채권단에 묻게 된다. 채권단이 동의해야 법원이 이를 토대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게 된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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