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건 불거지며 피해자 신상 비공개 법안 촉발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이집트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탄로 난 남성이 추가로 징역 8년 형을 받게 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이집트 형사법원은 아흐메드 바삼 자키라는 남성의 성폭행 미수, 약물 소지 등의 혐의를 인정해 이같이 판결을 내렸다.
그는 여성 3명에 대한 성폭행 미수와 해시시 소지로 각각 7년과 1년 형을 받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당시 미성년자였다.
자키는 지난해 12월 다른 여성 2명에 대한 협박과 성희롱 혐의도 인정돼 3년 형을 받은 상태였다.
'자키 사건'은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7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거지게 됐다. 여성의 권리가 대체로 낙후한 이슬람권에서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어서 이 사건이 특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자키는 2016년부터 4년간 페이스북이나 학교 동호회 등에서 피해 여성들의 정보를 캐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접근한 여성과 친해지면 은밀한 사진을 보내도록 하고 성관계를 갖지 않을 경우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일부 사진을 가족에게 발송했다고 한다.
자키는 이집트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미국계 국제학교에 다닐 만큼 집안 형편이 좋았고,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CAU)으로 진학했으나 2018년 자퇴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이 사건 이후 이집트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 공개를 두려워하는 여성의 신상을 보호하는 법안이 내각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는 성폭력 문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피해 여성들은 오히려 보수적인 문화 속에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심지어 법정에서도 범죄 혐의 증명을 상당 부분 피해자에게 요구한다.
유엔여성기구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는 언어적 또는 물리적 성희롱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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