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에 9개월 걸릴 듯…원심분리기 전력 공급시스템 완전히 파괴"
"핵합의 복원하는 외교적 노력에 불확실성 초래"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익명으로 NYT에 이란 핵시설의 정전사태를 이스라엘의 비밀작전이라고 부르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의 생산을 복구하는데 최소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나탄즈 핵시설 단지의 독립적인 내부 전력 공급시스템이 큰 폭발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나탄즈 핵시설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으로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품질이 좋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농도 20%까지 농축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 언론 보도와 궤를 같이한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이날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작년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피살됐을 때 개입 의혹을 받는 등 이란을 겨냥한 비밀작전의 배후로 자주 거론되는 정보기관이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핵시설 공격 의혹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으며 이 사고로 인한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며 핵시설 정전을 테러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둘러싼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NYT는 이란 핵시설 정전 사태가 핵합의를 되살리려는 외교적 노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당사국인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의 회담이 열렸다.
미국은 이란의 반대로 회담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회담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외교적 노력을 강하게 반대한다.
이번 이란 핵시설 공격이 핵합의 복원을 위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이스라엘의 공작일 가능성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란이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핵합의는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뼈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5월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복원했다.
중동에서 이란과 앙숙인 이스라엘은 그동안 핵합의 복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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