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닷컴버블 이후 첫 1,000 회복…풍부한 유동성 힘입어 상승세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코스닥지수가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에 1,000선을 되찾으면서 코스닥지수의 그간 움직임과 앞으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이날 1,000.65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1,0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14일(1,020.70) 이후 20년 7개월여 만이다.
1,000선은 코스닥지수가 1996년 7월 최초 출범했을 당시 시작 기준치여서 코스닥지수는 20년 만에 다시 출발점으로 복귀한 셈이다.
코스닥지수는 닷컴버블로 세계 증시가 끓어오른 2000년 3월 10일 역대 최고치인 2,834.40(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점을 찍은 뒤 거품이 붕괴하면서 코스닥지수는 하락을 계속, 2004년에는 최고치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0~400대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증시 회복과 2005년 3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도입 등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2007년 10월 다시 800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하면서 코스닥지수도 폭락을 거듭해 그해 10월 27일 역대 최저치인 261.19까지 추락했다.
금융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코스닥지수도 바닥을 빠져나왔지만, 2010년대 중반 전체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면서 코스닥지수도 2016년 무렵까지 400~700대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연초 나온 코스닥 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한때 900선을 넘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다시 박스권으로 후퇴했다가 작년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400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면서 코스닥지수도 급속히 반등, 지난 1월 장중 한때 1,000선을 터치한 데 이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1,000을 넘겼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코스닥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모이고 있다.
코스닥지수의 최근 강세는 코스피를 뒤따르는 양상을 보인다. 코스피가 2개월가량 박스권에서 벗어나 이달 초 3,100선을 돌파하자 코스닥지수도 1,000선을 뚫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한 이후 최근 며칠 새 팔면서 매도 시점에 코스닥시장에서도 사들이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지난달부터 꾸준히 상승해 온 점에 비춰보면 코스피가 그동안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코스닥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있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코스닥시장으로 옮겨왔으며, 마침 미국 나스닥의 강세로 성장주들이 반등하면서 수급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1조 달러 부양책 등으로 경기 회복세의 '낙수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소기업의 업황 지수가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코스닥시장의 바이오주 의존도가 낮아진 것도 코스닥지수의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은 한동안 바이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 바이오 시황이라고 할 정도였다"며 "그런데 지난 1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전방기업의 투자 확대, 2차전지 부상 등의 변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의 이런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1,000선을 넘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당분간 상승세를 꺾을 만한 이슈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계속 탄력적으로 코스닥 강세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아직 대형주가 움직인다기보다 정책 수요든, 수급이든 모멘텀이 있는 대안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종목 중심 장세이기 때문에 탄력성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다만, "정보기술(IT) 중소형주의 주가 재평가나 투자·영업환경 회복 및 개선 추세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며 "코스닥지수가 1,000이 됐다고 이제는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때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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