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이어 현대차·쌍용차까지 생산 차질
대체품 적용 등 마땅한 대책도 없어…3분기까지 수급난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005380]와 쌍용차[003620]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결국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고 있다.
대체품 적용 등의 대책을 강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최소 3분기까지 수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4월 위기설' 현실로…한국GM 이어 현대차·쌍용차까지 생산 차질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와 쌍용차까지 이달부터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가며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줄였고, 자동변속기를 제조하는 보령공장도 완성차 생산량 감소에 따라 휴업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공장별로 특근을 감축하고 인기 차종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면서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울산1공장은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코나에 들어가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가 부족해진 데다 아이오닉 5의 PE모듈(전기차 구동 부품 모듈) 수급 차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휴업으로 인해 코나는 6천여대, 아이오닉 5는 6천5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에 이어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 부품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12∼13일 이틀간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지난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았다.
기아[000270]는 지난달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여오다 이달에는 화성공장과 광주1공장의 특근을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2월 협력사 납품 거부로 사흘만 공장을 가동한 쌍용차는 이달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평택공장의 생산을 8일부터 16일까지 중단하게 됐다.
◇ 잘못된 수요 예측 탓…사고·재해 겹치며 심화
도요타와 폭스바겐, 포드, GM,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연초부터 줄줄이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해 반도체 주문량을 줄이자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게임이나 PC, 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렸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가 당초 예측보다 줄지 않았고, 자동차 업체들이 뒤늦게 반도체를 주문했지만 파운드리 업계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로 삼성전자[005930]와 인피니언 등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각종 재해와 사고가 겹치면서 수급난은 심화됐다.
이에 따라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2분기 생산량이 16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기록적인 손실이 예고된 상태다.
◇ 마땅한 대책 없어…3분기까지 장기화 예상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체품 적용이 어려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는 보통 신차와 함께 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주기를 신차 주기와 동일한 10년 정도로 본다"며 "칩이 달라지면 부품이나 모듈의 설계부터 바꿔야 하기 때문에 핵심 부품용 반도체의 경우에는 대체품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는 최대 위탁 생산업체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의 3%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낮고, 오래된 생산 공정이다 보니 업체들 입장에서도 이제 와서 설비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물론 TSMC 측과도 협의를 진행했지만, TSMC로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도 공급 압력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부터 물량을 늘려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반도체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