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이란, 핵무기로 이스라엘 인종 학살 목적"
이란에 대한 잇단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 의심받아…미, 조심스러운 반응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조 바이든 미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예민한 시기에 이란의 중추적인 핵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벌어지면서 이스라엘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이란의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이 핵합의 서명국과 이를 되살리는 협상에 나선 바이든 정부에 잇따라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인종학살 하려는 목적으로 핵 능력을 갖추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에도 2차 대전 중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추모일' 연설에서 "극단주의 정권과의 이런 협상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과 합의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길을 여는 것으로, 이 무기는 우리를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를 파멸하려는 사람을 찾아내 저지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오스틴 장관과 회담을 한 뒤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정부는 국제 안보, 중동 전 지역, 이스라엘에 전략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2015년 타결된 핵합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와 소원한 관계를 보였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합의 속에서 비밀리에 핵무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핵합의 무용론을 펼쳐왔다.
2017년 5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는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핵합의 복원 논의가 시작된 데 이어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 당사국 회의가 열리자 날을 더욱 바짝 세웠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실력 행사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회담 당일 홍해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상거점으로 활용된 이란 선박에 폭발물 공격이 이뤄진 데 이어 11일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에 사이버 공격이 이뤄져 배전망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외 공작을 담당하는 자국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의 핵시설 사고의 배후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배후설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미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12일 핵시설 사고 등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복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핵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제한할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합의를 성사시킨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다.
백악관의 중동 문제 담당 참모진도 핵합의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인사로 꾸렸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핵합의 복원을 추진하면서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란에 적대적인 중동의 우방을 달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의 동맹과 이란의 위협을 막기 위한 방안을 긴밀히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위협 확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안, 핵합의 복원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잇따른 공격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자칫 이 문제가 확대돼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 핵합의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핵시설 사고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지만 덧붙일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을 핵합의에 대한 외교에 참여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협상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12일 핵시설 사고에 대해 "원인과 영향에 대한 추측에 덧붙일 게 없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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