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위협 알리는데 맞춰졌다는 통설 뒤집어…비명 통해 6가지 이상 감정 전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은 두렵거나 화가 났을 때뿐만 아니라 즐겁거나 기쁨에 겨워도 비명을 지르는데, 이런 즐거운 비명이 분노나 두려움에서 나온 비명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잘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생존 본능에 맞춰 주변의 위험이나 위협을 알리는 비명에 더 빨리 반응하도록 맞춰져 있다는 통설을 뒤엎는 것이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에 따르면 취리히대학 심리학 교수 사샤 프뤼홀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다양한 감정을 담은 인간의 비명에 대한 구분과 전달력 등을 실험해 얻은 연구 결과를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12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고통과 분노, 두려움, 즐거움, 슬픔, 기쁨 등 6가지 감정 상태를 상상해 비명을 내게 했다. 이를 아무런 의미 없이 '아'를 크게 내지른 소리와 함께 33명으로 구성된 실험군에 들려주고 3초 안에 감정 상태를 구분하도록 했는데 정확도가 79.8%에 달했다.
이는 인간의 비명이 다른 영장류와 달리 적어도 6개 이상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다른 실험군(35명)에는 두 개의 비명을 들려주고 고통이나 분노, 두려움 등에서 나온 공황적 비명인지 아니면 즐거움이나 기쁨 등과 같은 비공황적 비명인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 두려움이나 고통 등과 같은 공황적, 부정적 비명을 분간해 내는데 더 시간이 걸렸으며,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비공황적, 긍정적 비명만큼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을 이용한 뇌 촬영에서도 공황적 상황이 덜한 상황에서 나온 긍정적 비명일수록 청각 및 정면 뇌 영역이 더 활성화하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 결과는 인간의 비명이 신호 전달이나 의사소통에서 지금까지 여겨오던 것보다 더 다양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프뤼홀츠 교수는 "영장류와 인간의 인지 시스템은 그간 주변의 위험과 위협 신호를 포착하는데 맞춰져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놀라운 것"이라면서 다른 영장류는 비명을 통해 위험과 위협을 알리지만 인간은 여기에다 즐거움이나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게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간이 비명을 통해 긍정적 감정을 전달하고 인지하는 것에 위험이나 위협을 알리는 것보다 더 우선권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변화는 인간의 복잡한 사회 진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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