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첫 공공전세주택 가보니…방 3개·화장실 2개, 4인 거주도 넉넉

입력 2021-04-14 14:38   수정 2021-04-14 14:39

[르포] 첫 공공전세주택 가보니…방 3개·화장실 2개, 4인 거주도 넉넉
LH, 안양서 오피스텔형 공공전세 공개…시세의 81% 수준에 공급
빌트인 에어컨에 인테리어도 세련…중산층 관심 받을지는 미지수


(안양=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기존 매입형 임대주택보다 거주공간이 훨씬 넓어 3∼4인 가구도 충분히 거주할 수 있는 평면입니다. 시세는 주변의 80∼90% 수준에 불과합니다."
강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거복지사업처장은 14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있는 미래타운 오피스텔에서 언론을 상대로 진행한 '공공전세주택 현장취재' 행사에서 공공전세의 장점을 강조했다.
이날 LH가 공개한 오피스텔은 작년 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서 신설을 약속한 공공전세 중 가장 먼저 입주자 모집에 나선 곳이다.
민간사업자가 분양·임대를 목적으로 짓던 오피스텔을 LH가 작년 12월 매입해 공공전세주택으로 돌렸다. 이달 입주자 신청을 받고 추첨을 거쳐 내달 당첨자를 발표하면 6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이 건물은 지하 1∼3층은 주차장으로 이뤄졌고, 지상 2층부터 14층까지는 모두 오피스텔형 주택이다.
전용면적별로 ▲ 65.08㎡ ▲ 75.62㎡ ▲ 75.70㎡ ▲ 83.42㎡ 등 4개 타입, 총 52가구로 구성돼있다.
면적이 가장 큰 전용 83.42㎡ 주택에 들어서니 전체적으로 흰색 톤에 회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가구도 흰색으로 선택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났다.



안방은 비교적 널찍해 침대와 가구가 들어가도 좁지 않을 것 같았고,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딸려 있어 요즘 지은 신축 아파트 느낌이 났다.
다른 방 2개는 비교적 아담했는데, 아이들 방으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거실 역시 소파와 TV, 장식장 등을 놓기에 공간이 충분해 보였고, 주방에는 디귿(ㄷ) 형태의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 있어 세련된 분위기를 내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인상을 줬다.
거실과 방 3개, 주방에 달린 창에 있는 새시 모두 이중창을 사용했고, 모든 방과 거실에는 에어컨이 빌트인으로 달려 있어 자재에도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4인 가구가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었고, 내부만 놓고 보면 아파트와도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가장 작은 65.08㎡ 주택으로 자리를 옮겨보니 이곳은 안방과 거실이 좀 작아진 느낌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가장 큰 평형의 주택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어린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도 52면을 넣어 평형에 관계없이 한 가구당 한대 꼴로 확보했다.
이 오피스텔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6∼14층에 있는 83.42㎡로, 임대보증금이 2억4천624만원이라고 했다. 보증금이 가장 저렴한 집은 65.08㎡ 2층으로, 1억8천306만원이다.
강기관 처장은 "LH가 사업자에게 타입별로 3억∼3억2천만원 수준에 전 주택을 매입해 공공전세로 내놓을 땐 이 시세의 81% 수준으로 공급한 것"이라며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면 60∼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주변에서는 공공전세주택에 대해 의문을 품는 주민의 목소리도 있었다.
LH가 민간 건물을 세금으로 사들여 중산층에게까지 싸게 내어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공공전세주택은 소득·자산 기준에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공급한다.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폭등하자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중산층도 보듬겠다며 내놓은 방침이지만, 서민도 아닌 중산층의 전셋집 마련을 위해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중산층 3∼4인 가구는 대체로 아파트를 원하는데, LH의 공공전세는 오피스텔과 연립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과연 LH가 정책의 수요자로 설정한 이들의 관심을 받을지도 의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 처장은 "아파트 신축엔 많은 시간이 걸려 신속한 공급을 위해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위주로 공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단지형 아파트는 아니지만 평면 구성은 단지형 아파트에 못지않게 알차게 구성했다. 대부분 편의시설이나 빌트인 옵션이 잘 갖춰져 거주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주택은 이제 막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난 상태라 직접 입주민들을 만나볼 수는 없었다.
LH는 이곳을 지하철 1호선 안양역과 명학역 사이에 있는 '초역세권'이라고 설명했지만, 걸어서 15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고 느끼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LH는 올해 서울 1천800가구, 인천·경기 3천500가구 등 총 9천가구의 공공전세주택을 전국에 공급하고, 내년에도 같은 물량을 전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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