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어 현대차·한화도…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거나

입력 2021-04-15 06:11  

SK 이어 현대차·한화도…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거나
SK텔레콤 인적 분할 추진 공식화…신설 투자회사로 신사업 투자 확대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한화 경영권 승계에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영신 기자 = 재계가 해묵은 과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이 먼저 SK텔레콤[017670]의 인적 분할을 통한 중간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 SK,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 공식화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먼저 시동을 건 것은 SK그룹이다.
SK텔레콤은 전날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인적 분할의 핵심은 기업가치 제고다.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가치는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2조원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 분할로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00066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5일 기준으로 SK㈜ 지분 18.2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
인적 분할 후에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지만,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신설 투자전문회사가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며 기존 키옥시아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상의 활발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와 SK㈜와의 합병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정의선 1.2조 실탄 어디에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 총액이 7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조2천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차나 현대모비스[012330]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올해 안에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합해 29.99%인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005380] 지분도 2.62%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입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리거나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되고 있다.


◇ 경영권 승계 앞둔 한화, 에이치솔루션 역할에 관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한화그룹은 향후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009830]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반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지배력이 약하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에이치솔루션이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치솔루션은 작년부터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수해 ㈜한화 지분 보유율을 5.17%까지 늘린 상태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주주의 반발을 고려해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듯 현대차와 한화 등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시장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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