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단기전 승리 장담…2009년 부통령 된 뒤 '승리 어렵다' 비관론 굳어
오바마 증파 결정때 강력반대…"아프간 여성 인권 위해 아들 전쟁터 보낸것 아니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원 의원 시절이던 2001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개시에 찬성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를 몰아내기 위한 무력을 사용하는 데 찬성한 97명 의원에 바이든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년가량 지난 14일(현지시간) 바이든은 상원 의원이 아닌 미국의 통수권자로서 아프간 철군이라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됐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와 아프간전 초기 미국의 승리를 장담하며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2001년 당시 바이든은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뒤 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이른 시일 안에 패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탈레반이 끝났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인과 세계는 몇 주 내에 이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아프간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아프간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초기 패퇴하던 탈레반이 되살아나고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바이든은 회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바이든은 상원 의원 시절 최소 두 차례 아프간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바이든이 부통령에 오른 2009년 군사계획 재검토 후에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고 전했다.
여기엔 아프간에 친미 정권이 들어섰지만 각종 부패에다 취약한 군사력과 경찰력 등 강한 불신도 작용했다.
2008년 장남 보 바이든이 육군 소령으로서 이라크에 투입된 것은 해외 파병 군인을 둔 가족의 아픔을 이해한 계기가 됐다는 설명도 있다.
이렇다 보니 바이든은 부통령에 취임한 후 군사력을 적극 활용한 아프간 사태 해결을 강조해온 미국 내 국방·안보 담당자들과 충돌했다.
대표적인 일화가 2009년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주말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손수 쓴 메모를 팩스로 밀어 넣은 일이다. 군 장성들이 아프간 파병 증원을 주장하자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짜낸 묘안이었다.
바이든은 몇 주 후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을 소집하자 회의 전 개인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바이든은 이를 무시하고 백악관 건물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잠시 붙든 뒤 "당신은 정말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가차 없는 질문을 던지고 긴 연설을 자주 하자 당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바이든 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식 물고문'을 한다고 불평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그해 12월 바이든의 희망과는 반대로 끝내 3만 명의 미군을 추가로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군인을 늘리면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군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당시 2011년을 철군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 시한은 지켜지지 못했다.
2010년 바이든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이던 리처드 홀브룩이 전쟁에 승리하지 못함을 확신한다면서도 아프간 여성 고통 등을 언급하며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자 발끈했던 일화도 있다.
당시 바이든은 화가 나 의자에서 일어선 뒤 "나는 여성 권리를 위해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 내 아들을 그곳에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는 후문이다.
전쟁 승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소탕이던 전쟁의 초기 목표가 군 장성을 중심으로 아프간 재건, 인권보호 등 명분을 늘리면서 병력 증강 내지 유지로 이어지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표시로도 여겨진다.
타임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은 아프간전 승리 전망에 대한 오랜, 그리고 깊은 비관론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즉시 깨닫진 못하더라도 하루하루 생활의 많은 것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2001년 개전에 찬성할 때 20년 후 자신이 철군을 결정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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