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곳 등 32개 기관과 개인…외교관 신분 미 주재 러 정부당국자 10명 추방
우크라 관련 개인 8명도 제재…"악의적 활동 대응"·"미 이익보호 비례 조치"
러 "양자관계 악화 대가 지불해야"…주러 미 대사 초치 항의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임주영 백나리 유철종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외교관 10명 추방을 포함해 수십 개 기관을 겨냥한 대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러시아는 대응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번 조치는 작년 미 대선 개입 및 미 연방기관 해킹 사건과 우크라이나 압박 등 러시아의 악의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이 그간 공언해온 제재에 나선 것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한 지 이틀 만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10명의 러시아 정부당국자를 추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의 사이버해킹을 지원한 6개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 선거 개입 및 허위사실 유포에 나선 정부·정보당국 관계자를 포함해 16개 기관과 개인 16명 등 총 32개 대상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 금융기관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이 조치는 6월 14일부터 발효된다.
대선 개입시도 관련 제재 목록에는 우크라이나 사안으로 이미 제재를 받은 알렉세이 그로모프 러시아 대통령행정실 제1부실장이 포함됐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에 미국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 컨설턴트 콘스탄틴 킬림닉도 포함됐다.
사우스프론트, 뉴스프론트, 인포로스 뉴스통신사와 전략문화재단을 비롯,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제재를 받은 러시아인터넷연구소와 유착한 파키스탄 국적자 6명과 기업 4곳도 목록에 올랐다.
미 재무부는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와 협력해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지속적인 점령 및 탄압과 관련된 개인 8명도 제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미 연방기관 해킹과 관련해 중대 제재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초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개인과 기관을 제재한 바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은 러시아가 불안을 초래하는 국제적 행동을 지속하거나 확대한다면 미국이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적 선거와 미국 내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솔라윈즈 해킹을 거론하며 이번 제재는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에 대한 러시아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미 국가안보에 중요한 나라들의 안보를 약화시킨다고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방송에 출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 발표하는 것은 사이버침입과 대선개입을 포함한 러시아의 해로운 행위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례적 조치"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윗을 통해 "오늘 미국은 해로운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정부에 대해 광범위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적대적 행위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러한 공격적 행동은 당연히 단호한 반격을 받을 것이며 제재에 대한 대응은 불가역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양자 관계 악화의 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자각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측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 차례 양국 간의 대결 수위를 위험하게 확인하는 미국 측의 적대적 행보의 결과에 대해 경고해 왔다"면서 이는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는 항의 표시로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하고, 미 제재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제재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제3국에서의 회담을 제안한 지 이틀만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번째 통화로,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살인자'라 부르며 신경전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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