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한국 포함 13개국 소매금융 철수 공식 발표…"기업금융은 유지"
소매금융 수익 비중 약 절반…3천여명 근무 직원 앞날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개인 대상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15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방향을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이날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는 한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이 아니라, 씨티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사업 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되,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사업은 완전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부분 철수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업계에 떠돌았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초 제인 프레이저 신임 씨티그룹 CEO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과 베트남 소매금융을 우선 정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당시 해당 기사에 대해 한국씨티은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의 이러한 사업전략 재편을 통해 한국에서는 고객, 임직원,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사업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기업금융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 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해 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기업 시민으로서 한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은 초저금리와 금융 규제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천878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줄었다.
철수 예정인 개인 대상 소매금융의 비중은 한국씨티은행 수익 가운데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총 수익은 2019년보다 8% 정도 줄어든 1조2천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5천∼6천억원 정도가 소매금융 수익으로 추정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업 재편의 구체적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 및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해 수립한 뒤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금융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의 약 절반을 책임지는 소매 금융 영업이 중단되면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0년 현재 한국씨티은행에는 기간제 근로자 194명을 포함해 3천494명이 근무하고 있다. 평근 근속연수는 18.2년에 이른다.
한국씨티은행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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