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외무, 터키 동지중해 자원탐사·난민문제 등 비판
터키 외무 "용납못해…긴장 지속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오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의 외무장관이 공개 기자 회견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로이터·AFP 등 외신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오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로 비난을 주고받았다.
덴디아스 장관은 이날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후 차우쇼을루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다.
먼저 모두 발언에 나선 차우쇼을루 장관은 덴디아스 장관과의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터키는 아무런 조건 없이 그리스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덴디아스 장관은 자신의 발언 차례가 오자 터키의 동지중해 천연자원 탐사와 난민 문제, 기독교 정교회 신자들에 대한 차별 등 터키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그리스의 입장은 명확하며, 이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리스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지만, 그리스의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는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차우쇼을루 장관은 "터키는 그리스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EU와 그리스를 상대로 난민 문제를 이용하지 않았다"며 덴디아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언론 앞에서 내 조국과 국민을 강하게 비난한다면 나도 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당신이 긴장을 지속하고 싶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터키 외무부는 지난 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의 터키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덴디아스 장관이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어떤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는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
현재도 두 나라는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그리스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터키 시추선이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여 양국 해군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또 지난해 3월 터키가 "유럽행 난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해 터키-그리스 국경에 대규모 난민이 몰려들었으며, 7월에는 동로마 제국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던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해 그리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양국은 2016년 이후 약 5년 간 중단됐던 동지중해 해양 관할권 회담을 올해 초 재개하는 등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였으나, 이날 양국 외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은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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