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접는 씨티은행, 매각?점진적 축소?…고객불편은 불가피

입력 2021-04-16 12:36   수정 2021-04-16 15:14

소매금융 접는 씨티은행, 매각?점진적 축소?…고객불편은 불가피
"자산관리 강점, 지방금융지주 등 눈독" vs "경쟁력 잃고 철수, 매각 어려울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김다혜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일반 소비자 대상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소매금융 사업의 매각이 이뤄질지, 점진적 철수 단계를 밟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매각 여부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소매금융 사업 철수로 기존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매각 여부 등 향방에 따라 기존에 한국씨티은행의 개인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온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작년 자산관리 부문 역대 최대 수익" vs "소매금융 점유율 2.7%뿐"
16일 금융권에서는 씨티그룹이 전날 한국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자 인수합병(M&A) 시장에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이 매물로 나오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 "한국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발표 외 구체적 일정과 방향은 전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씨티은행도 본사와 논의를 거쳐 조만간 열릴 이사회 등을 통해 방향을 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부 대형 금융지주와 지방 금융지주, 제2금융권이 눈독을 들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소비자금융 가운데 WM과 렌딩(여신영업)에서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특히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인 CPC 고객과 신규 자금 유치는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등 은행권에서 WM 부문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와 2금융권으로서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인수로 서울에 진출하거나 시중은행화 될 수 있으니 관심이 있을 것 같고, 메이저 금융사들은 한국씨티은행의 WM 부문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앞서 씨티재팬이 소매금융 철수를 할 때 각 부문을 쪼개서 팔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매각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 수년간 부진했던 실적과 국내 소매금융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해 온 비중이 미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기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천878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감소했다. 특히 개인·소매 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줄었다.

한국씨티은행 개인·소매금융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소매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은 점이 철수 이유인데, 그 분야를 매수하려는 금융사가 과연 나올 것인지 회의적 시각도 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전날 밤 씨티그룹의 발표 후 사내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본사는 변화된 금융환경 속에서 사업부문을 '재정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라 이번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대출·예금 고객, 3천500명 임직원 '걱정'…당국 "소비자 불편 최소화·고용 안정 조치 검토"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발표로 기존에 대출, 예금 상품과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오던 고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7천억원이며, 개인 고객이 맡긴 예수금은 27조3천억원이다.
씨티카드의 회원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천좌(계좌)와 4만8천좌로 집계됐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는 2017년에 대대적인 점포 통폐합 작업을 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39개가 남아 있는데, 이번에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만큼 추가적인 점포 축소 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대면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질수 있다.
다만 기존에 대출을 받아 이용 중이거나 예금을 넣은 고객들에게 위험이 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매각을 할지 축소를 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매각이 된다면 포괄양수도로 그대로 이관이 될 테니 기존 예금, 대출 고객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고 단계적 축소로 결정하더라도 기존의 예금, 대출 고객이 남아 있으면 끝까지 영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지점 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며 "향후 고객들의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해 나갈 계획으로, 향후 서비스에 변경내용이나 기타 필요한 조치가 있는 경우 고객들께 상세히 안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두고도 향후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수익의 약 절반을 책임지는 소매 금융 영업이 중단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수는 3천500명이며, 이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이다.
이러한 각종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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