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의 항체·B세포 반응 '충분', 감염 '1차 면역반응' 영향인듯
남아공 변이도 1차 접종에 '같은 효과'…'사이언스 이뮤놀로지'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mRNA는 세포핵의 유전 정보를 세포질의 리보솜에 전달한다.
mRNA 백신은 면역 반응 유도 단백질의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 노출 시 항체 형성을 유도한다.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하지 않는 mRNA 백신은 항원 배양이 필요하지 않아 제조가 간편하고 시간도 덜 든다.
하지만 접종 후 형성된 항체가 어느 정도 지속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그런데 mRNA 백신의 항체 반응 강도와 면역 지속 기간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은 mRNA 백신을 한 번만 접종해도 강한 항체 반응을 일으켜 2차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비감염자(COVID naive)는 2차 접종까지 받아야 충분한 면역 반응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발견이 백신 정책에 반영되면 mRNA 백신 수요가 대폭 줄 수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E. 존 웨리 박사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대학 면역학 연구소 소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웨리 박사는 "백신의 단기 및 장기 효과에 모두 적용되는 고무적인 결과"라면서 "아울러 B세포 분석을 통해 mRNA 백신의 면역 반응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백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은 크게 항체 생성과 B세포 형성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를 신속히 공격하는 면역력을 제공하고, B세포는 장기 면역을 돕는다.
웨리 박사팀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사이에서 백신 접종 후 B세포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mRNA 백신 연구는 지금까지 장기 면역 기억에 관여하는 B세포보다 항체에 더 큰 비중을 뒀다.
기억 B세포는 미래의 항체 반응을 보여 주는 유력한 예측 변수이다. 백신에 대한 B세포 반응 측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B세포 반응 검사는, 바이러스에 대한 장기 면역뿐 아니라 변이 신종 코로나에 반응 능력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연구팀은 화이자(BioNTech/Pfizer)와 모더나(Moderna) 두 회사가 생산한 mRNA 백신을 테스트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병원(University of Pennsylvania Health System)에서 두 백신 중 어느 하나를 맞은 접종자 44명으로 코호트(cohort)를 구성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코로나19에 걸린 병력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들 피검자의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백신 접종 전후 4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면역 분석을 했다.
코로나19를 앓고 회복한 사람은 1차 백신만 맞아도 항체와 B세포 모두 최고 수준의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자연 감염으로 인한 '1차 면역반응(primary immune response)' 효과로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이 항체와 B세포 반응을 강하게 일으키려면 두 차례의 백신 접종이 필요했다.
D614G 돌연변이가 생긴 남아공발 코로나 변이(B.1.351)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은 두 차례 접종해야 했고,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은 1차 접종이면 됐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 병력이 없는 33명으로 대상으로 백신 부작용을 테스트했다.
그런데 1차 접종 후 고열, 오한, 두통, 피로 등을 두루 겪은 사람은 더 강한 항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억 B세포 반응은 강해지지 않았다.
이에 백신 접종 직후에 나타나는 염증 등의 부작용은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았다.
웨리 박사는 "(백신을 접종하면) 최강의 기억 B세포 반응이 나타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시간이 흘러 항체가 약해지면 기억 B세포가 재감염을 막는 면역력을 제공할 수 있고, 그 잠재적 대상엔 변이 코로나 감염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 특정 T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인간의 면역계에서 항체 면역보다 비중이 큰 '세포 면역'의 핵심 요소가 T세포다.
한편 mRNA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미국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 내지 12개월 후에 한 번 더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1·2차 접종을 마쳐도 백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또 한 번의 '부스터 샷(booster shot)'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3차 접종 후에는 매년 재접종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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