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러 외교관 18명 간첩혐의 추방…"7년전 폭발사고 연루"(종합)

입력 2021-04-18 11:53   수정 2021-04-18 11:56

체코, 러 외교관 18명 간첩혐의 추방…"7년전 폭발사고 연루"(종합)
2018년 영국 솔즈베리 독살 시도 배후 조직과 동일
러 소식통 "모스크바 내 체코 대사관 폐쇄로 대응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체코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18명이 간첩으로 확인됐다며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4년 10월 체코 남동부 지역 즐린시의 폭발물 창고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고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산하 조직 '29155'와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추방 대상인 러시아 외교관 18명이 간첩으로 확인됐다"라며 "체코 정보기관과 안보당국이 2014년 폭발 사고가 29155 조직과 연관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수집했다"라고 말했다.
2014년 폭발 사고로 체코인 2명이 숨졌으며 원인은 최근까지도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 사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분리 세력인 반군에 맞서 해외에서 무기 공급을 늘리던 때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체코 언론들은 러시아가 자국산 무기가 중동 등지에서 적대적 세력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하려고 폭발물 창고를 파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9155는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시도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이 조직은 최소 10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며 암살 등을 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체코 경찰도 심각한 범죄와 관련 있는 러시아 남성 두 명을 추적 중이라면서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 두 명은 스크리팔 독살에 가담했다면서 2018년 영국이 공개한 러시아 남성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두 남성은 얼굴이 처음 공개됐던 당시 러시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교회를 보려고 솔즈베리에 갔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바비시 총리는 이 두 남성이 2014년 폭발 사고와 관련 있다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체코는 자주국이다. 이런 전례 없는 일들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체코는 과거에도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적 있으나 한꺼번에 10명 넘게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코 외교부의 얀 하마체크 장관 대행은 17일 "체코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유감이지만 대응은 필요하다"면서 추방 대상자는 48시간 안에 출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 이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한 외교통은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에 있는 체코 대사관의 폐쇄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지난 15일 미국 정부도 지난해 치러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들어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도 이에 연대 의사를 표명하며 자국의 러시아 외교관 3명을 내보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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