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이르면 내달 발표 가능성, 평택 P3도 골조 공사 본격화
업계 "초격차 전략 위기…한미 투자금액 최대 70조원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과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역대급 투자계획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백악관 회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계획이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되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늦어졌던 경기도 평택캠퍼스 P3 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도 늦어도 하반기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두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만 최소 50조원, 최대 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과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해왔으며 이 가운데 1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다 텍사스주의 역대급 한파에 따른 오스틴 공장 '셧다운' 여파로 텍사스주로부터 추가 인센티브를 받아내기 위해 재협상을 하고 있다.
텍사스주의 인센티브가 미흡할 경우 다른 후보지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게 삼성측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늦어도 여름까지는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서는 이보다 빠른 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계획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2일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참석 기업인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민 '청구서'에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후보지들과 논의 중인 인센티브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미국 투자 결정이 이번 정상회담의 '선물 보따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제3공장(P3)도 현재 공사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계획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평택 P3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다수의 타워크레인을 투입해 철골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는 가운데 P3 라인에 대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완공한 제2공장(P2)의 D램 라인이 지난해부터,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라인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가운데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지에선 연내 P3 공장의 외관 공사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이 시작되고, 시험 가동을 거치면 대략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가 700m로 P2(400m)의 1.7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도 70만㎡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 규모도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초미세공정을 위해 대당 1천700억∼2천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가 줄잡아 40조∼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P3 라인의 착공을 공식화하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으로 구속으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쟁사인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늦추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1월 말 수감 이후 첫 사내 메세지를 통해 투자와 고용을 예정대로 충실히 진행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건의가 늘고 있지만 실제 사면 여부는 예단할 수는 없다"며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국내 반도체에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삼성이 총수 부재 속에서도 중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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