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좋은 논의 했다…참가국 합의 내용 초안 작성 가능"
외신 "이란, '핵합의 반대' 사우디와도 비공식 대화"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나탄즈 핵시설 피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참가국 회담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핵시설 피습에 60% 농도 우라늄 농축이라는 강경한 대응을 하면서도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핵합의 협상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대면 회담이 시작한 이후 참가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과 양자·다자간 협상을 계속해온 이란은 지금까지의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지금까지 회담에서 좋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빈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아락치 차관은 "참가국 사이에 최종 목표를 향한 새로운 이해와 공통된 기반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아락치 차관은 "우리는 회담이 참가국 공동의 문서를 준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믿는다"며 "이제 참가국이 의견을 공유한 부분에 대한 합의서 초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회담에서 참가국 공동위는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두 개의 실무 그룹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이견을 조율했다고 이란 외무부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제재 해제'를 핵합의 복원 조건으로 내걸었던 이란이 지난 15일 참가국 회담에서 처음으로 협상할 의지를 보였다고 논평했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JCPO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물밑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이란과 사우디의 고위 관리가 지난 9일 이라크에서 만나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내전 등에서 이란과 대립하는 사우디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JCPOA를 성사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핵합의로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이전보다 소원해지기도 했다.
사우디는 기존 핵합의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무장 단체 지원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핵합의는 이전의 핵합의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락치 차관은 최근 회담에 진전이 있다면서도 "여전히 심각한 이견이 존재하며 앞으로의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영리단체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핵합의 복원을 위해서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제재 해제와 이란의 조치 이행 순서를 배열하고 이를 검증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회담이 진행 중이던 지난 11일 핵합의 상 사용이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을 받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후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가 핵합의 복원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고 비난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농도 60% 농축 우라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합의 속에서 비밀리에 핵무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핵합의 무용론을 펼쳐왔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으로 핵합의 복원 참가국 협상에서 이란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려고 했다면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도박을 한 것"이라면서 "핵시설 피습은 이란의 협상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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