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폭발사건 책임묻자 러 '미국에 부역하냐' 맞불
미-러 완연한 신냉전 기류 속 동유럽 잇따른 강경대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와 체코가 외교관 수십명을 맞추방하며 신냉전으로 가는 긴장을 부채질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8일(현지시간) 자국에 있는 체코 외교관 20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19일이 끝나기 전에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조치는 체코가 전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러시아 대외정보국(SRV), 정찰총국(GRU) 소속 비밀요원이라며 추방하자 나온 맞대응이다.
러시아는 체코의 조치를 전례가 없고 악의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체코 당국이 최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미국을 기쁘게 하려는 욕망 속에 대서양 너머 주인보다 한술을 더 떴다"고 비난했다.
체코는 문제의 외교관들이 2014년 체코에서 체코인 2명을 숨지게 한 탄약창고 폭발사건에 연루됐다고 추방 사유를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 체코 경찰은 폭발사건과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시도 사건에 함께 관여한 러시아인 2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스크리팔 독살시도도 영국 영토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공작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을 증폭한 사건이었다.
현지언론들은 사진, 영상 분석을 통해 이들 2명이 알렉산데르 미시킨, 아나톨리 체피고프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체코에서는 러시아를 겨냥한 반감이 들끓었다.
시위대가 러시아 대사관 앞에 운집해 벽에 케첩을 뿌리는 항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시위자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체코 영토에서 외국이 체코 국민을 살해하는 일은 전쟁급 행위"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러시아와 체코의 외교관 맞추방 사태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갈등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의 러시아군 증강,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정황, 러시아의 해킹설 등으로 신냉전 기류가 완연하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은 작년 대선개입, 대규모 해킹 등의 이유를 들어 러시아 기업, 정부기관, 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하고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러시아는 이튿날인 지난 16일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재에 맞불을 놓았다.
동유럽에서는 체코에 앞서 폴란드가 미국의 대러제재에 연대한다며 지난 16일 러시아 외교관 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