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도 코로나 의무격리 면제…공항에는 "가족 환영"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소리 지르고 울고, 껴안고 키스하면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이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다."
19일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뉴질랜드행 비행기 탑승을 앞둔 데니즈 오도노휴(63)씨는 가족과 만날 생각에 감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은 이웃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특별한 날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호주와 상호 '여행 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 권역)에 따라 자국을 방문하는 호주인에게 코로나19에 관한 의무격리를 면제한 첫날이다.
앞서 호주가 작년 10월부터 뉴질랜드에서 온 입국자를 격리하지 않았지만, 뉴질랜드는 전날까지 호주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격리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국 국민의 왕래에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뉴질랜드까지 자유로운 입국을 허용하면서 여행 버블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나 백신 접종 증명서 없이도 감기 증세만 없다면 양국의 왕래가 자유롭게 됐다.
다만 비행기 안에서는 마스크를 써야하고 도착 뒤 위치 추적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
시드니공항에 온 돈 트랏 씨도 뉴질랜드 방문에 대한 설렘에 대해 "내가 오늘 얼마나 감정에 휩싸였는지 모르겠다. 비행기를 다시 탄다니 묘하다"고 영국 BBC 방송에 밝혔다.
트리쉬 스타물로스라는 여성은 시드니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딸을 1년 넘게 보지 못했다. 매우 행복하다"며 뉴질랜드에 있는 딸과 만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여행) 버블은 뉴질랜드를 세계와 다시 연결하는 중요한 조처"라며 "우리가 매우 자랑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공항 활주로 근처 공중에는 커다란 글씨로 적힌 '웰컴 화나우'(Welcome Whanau)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화나우'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언어로 '가족'을 뜻한다.
뉴질랜드 북부 오클랜드의 공항에서는 뉴질랜드 음악가 데이브 도빈의 음악 '웰컴 홈'(Welcome Home)이 울려 퍼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처럼 뉴질랜드가 호주인을 환대하는 것은 형제처럼 끈끈한 양국 관계를 보여준다.
2019년 뉴질랜드를 방문한 호주인은 약 150만명으로 뉴질랜드 전체 입국자의 40%정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사람 중 50만여명이 호주에 살고 이들은 2천600만 호주 인구의 약 2%다.
양국 국민은 자유롭게 왕래하다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로 발이 묶였다.
여행 버블이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떨어져 살던 가족에게는 해방감을 준 셈이다.
아덴 뉴질랜드 총리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가까운 미래에 뉴질랜드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국 정부는 여행 버블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국경 개방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모리슨 호주 총리는 "하루에 모든 것이 열리지는 않는다"라며 국경 봉쇄 완화가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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