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편히 잠 못 드는 미얀마인들…군부, 12명 무덤 파헤쳐

입력 2021-04-20 09:44   수정 2021-04-20 10:23

죽어서도 편히 잠 못 드는 미얀마인들…군부, 12명 무덤 파헤쳐
쿠데타 발생 후 시민 738명 사망…"군부의 야만적 행동에 분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군인들이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시민들의 공동묘역 조성이 불법이라며 무덤을 파헤쳐 시신 12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20일 미얀마나우와 SNS 게시물에 따르면 전날 오전 바고의 신퓨킨(Sinphyukin) 공동묘지에 군인들을 태운 트럭 3대가 도착하더니 묘소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9일 군경은 바고의 반 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은 물론 박격포 등 중화기를 발포해 시민 80여명이 한꺼번에 무참히 살해됐다.
이후 군경이 유족들에게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시신 한 구당 12만 짯(9만6천원)부터 18만 짯(14만원)까지 요구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신퓨킨 공동묘지에는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시민 12명이 나란히 묻혔고, 추모비가 세워졌다.
추모비에는 고인의 사진과 인적 사항, 그리고 이들을 '봄 혁명의 영웅'이라고 기리는 글귀가 적혔다.



바고에 시민들의 공동묘역과 추모비가 조성된 사실을 알게 된 군부는 18일 해당 지역 17개 자선단체 회의를 소집한 뒤 "묘역조성이 불법이니 해체하고, 시신들을 이장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다음날 트럭 3대에 실은 군인들을 보내 무덤 속 12구의 시신을 꺼내고, 추모비를 파괴했다.
목격자는 "군인들이 무덤을 파헤쳐 시신들을 땅 위에 올려놨다. 시신은 여전히 부패가 진행되고 있어 심한 냄새가 났다"고 미얀마나우와 인터뷰에서 전했다.
군인들은 12구의 민간인 시신을 아무런 표시가 안 된 별도의 장소에 이장했다.



군인들이 무덤을 파헤친 소식을 접한 미얀마 시민들은 "야만적 행동"이라고 분노했다.
미얀마 군경이 무덤을 파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군인들은 '태권 소녀' 치알 신(19)의 무덤을 파헤쳤다.
'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지난달 3일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장례식 다음 날 미얀마 당국은 군경의 호위 하에 치알 신 묘에서 관을 들어 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군경의 발포와 폭력에 시민 7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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