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터쇼 차주 기습시위 파장 커져…차주는 구류 5일
중국 여론, 테슬라에 '싸늘'…'브레이크 결함' 주장 차주 동정 기울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인 상하이 모터쇼에서 벌어진 테슬라 차주의 기습 시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테슬라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직접 나서 테슬라를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까지 비난하면서 공개 경고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현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온 테슬라의 영업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창안왕(長安網)은 20일 오후 온라인 논평에서 "차주가 극단적 방법으로 모터쇼에서 소동을 부린 것은 사과해야겠지만 대중들은 문제가 잘 해결됐다면 누가 체면을 구기면서 차 꼭대기에 올라가 울부짖겠느냐면서 씁쓸해하고 있다"고 테슬라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창안왕은 그간 중국에서 테슬라 고객들이 제기했던 차량 결함 의혹 사건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신에너지 차량 시장의 최강자로서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기는커녕 문제가 났는데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차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기업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명백히 위험을 알면서도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는 일로 만듦으로써 '펑펑라'(??拉)는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되었다"며 "중국인의 돈을 벌면서 중국인의 목숨을 저버린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펑펑라'는 테슬라의 중국 이름인 '特斯拉'(터쓰라)에서 앞 두 글자를 '이리저리 부딪힌다'는 뜻의 '??'(펑펑)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 누리꾼들이 테슬라가 사고를 많이 낸다고 조롱할 때 쓰는 신조어다.
창안왕은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원천은 중국의 일반 국민이고 중국의 대외 개방 정책이 테슬라에게 (성공의) 대문을 열어준 것"이라며 "이런 신뢰가 오만으로 이어지거나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존경 부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법위원회는 공안 분야를 관장하는 중국 공산당의 조직이다.
당과 정부가 여론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정법위 등 공산당 조직이 소위 '좌표찍기' 식으로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에는 주류 관영 언론들의 집중적인 비판 보도, 대중들의 불매 운동 등 거센 후폭풍이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신장 H&M 불매 운동을 선동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H&M을 비롯한 서방의 여러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불매 운동이 급속히 확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날 상하이 모터쇼 현장에서는 테슬라 차주 장(張)모씨가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차량 위에 올라가 '브레이크 고장'이라고 외치면서 기습 시위를 벌이다가 현장 요원들에게 들려 나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차이신(財新)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2월 아버지가 몰던 테슬라 모델3 차량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 두 대와 충돌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추는 사고를 당해 탑승한 온 가족이 사망할 뻔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자체 조사 결과 당시 이 차량이 시속 118㎞로 주행 중이었고 제동 장치와 자동 긴급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장씨 측이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차량 환불과 거액의 위자료 등 금전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화에 진전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씨는 행정구류 처벌을 받게 됐다.
상하이시 공안국은 2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전날 상하이 모터쇼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테슬라 차주 장(張)씨에게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행정구류는 공안이 비교적 가벼운 법 위반 사항을 처벌하기 위해 법원이나 검찰의 통제 없이 피의자를 단기간 구금하는 제도다.
공안은 "소비자는 반드시 합법적 방법으로 권리를 주장해야지 과격한 행동을 취하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모터쇼 현장에서 테슬라 차량의 결함을 주장하는 돌발 시위가 일어나 중국 안팎의 대대적 주목을 받은 가운데 공산당의 공개 경고까지 받으면서 테슬라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중국 내 여론도 이미 행정구류 처벌을 받은 차주에게 동정적이고 테슬라에는 싸늘한 편이다.
특히 타오린(陶琳) 테슬라 중국 법인 부총재는 전날 한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주 전문적이며, 배후에 반드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감정을 한층 자극한 모습이다.
텐센트과기의 긴급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21만여명의 응답자 중 83.5%가 시위 차주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16.5%만이 테슬라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중 신냉전 격화 속에서 최근 들어 가뜩이나 중국에서 미국의 대표적 업체인 테슬라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지던 터여서 이번 사건이 그간 중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던 테슬라에 비교적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인터넷판 기사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전하면서 과거 중국 안팎에서 있던 테슬라와 고객들 간의 마찰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중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산 모델3와 모델Y만 선보이는 작은 전시장을 꾸리고 별도의 기자회견 일정도 잡지 않은 채 조용히 행사를 치르려는 기조였다.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중 약 30%는 중국에서 이뤄질 정도로 테슬라에게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작년에만 중국에서 현지 생산 모델3 약 14만대 팔아치운 테슬라는 올해 현지 생산 모델Y까지 라인업에 추가해 중국 전기차 시장 장악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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