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밖 카이퍼벨트 비행 중…명령 수신 확인에만 빛 속도로 오가도 14시간 걸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심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최근 지구~태양 평균 거리의 50배에 달하는 '이정표'를 통과했다. 태양에서 50 AU(천문단위·1 AU=1억4천959만㎞) 되는 곳을 지나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 19일 발사될 때 탈출 속도가 초속 16.26㎞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는 뉴허라이즌스호는 지난 17일 밤(한국시간) 지구에서 약 75억㎞ 떨어진 50 AU를 넘어섰다.
지구 관제소에서 뉴 허라이즌스호로 명령을 보내고 제대로 수신했는지 확인하는 데만 빛의 속도로 신호가 오가도 14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이렇게 멀리까지 비행한 우주선은 보이저 1,2호와 파이오니어 10, 11호밖에 없다고 한다.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학연구소(JHAPL) 뉴허라이즌스 운영 매니저 앨리스 보우먼은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실감케 하는 것 중 하나가 지구에서 내린 지시를 제대로 수신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면서 "처음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확인됐지만, 이제는 14시간이 걸려 극단적인 거리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뉴허라이즌스호는 현재 해왕성 궤도 밖 단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알려진 카이퍼벨트를 비행 중이며, 최근 이곳에서 인류가 제작한 우주선 중 가장 먼저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를 담은 우주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성간우주에 있는 보이저1호는 태양에서 229억㎞(152 AU), 뉴허라이즌스호에서는 180억㎞ 떨어져 있어 뉴허라이즌스호가 있는 곳에서는 당연히 보이지 않지만 전파 신호로 방향을 정확히 계산해 촬영했다. 이처럼 먼 곳에서 더 먼 곳의 우주 이미지를 촬영해 전송한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반짝이는 것들은 태양과 같은 별이나 더 먼 곳의 은하로, 보이저1호는 이들 별 밝기의 1조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NASA는 설명했다.
뉴허라이즌스호 발사 1년만인 2007년 2월 목성의 중력 도움(fly-by) 비행으로 명왕성까지 비행 기간을 약 3년 단축했으며, 이 과정에서 목성을 감싼 희미한 고리를 자세히 관측하고 지구 밖 행성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도 포착해 지구로 전송하는 과학적 성과를 올렸다.
이어 2015년 7월에는 인류의 탐사선이 방문하지 않은 태양계의 유일한 행성으로 남아있던 명왕성에 처음으로 접근해 탐사하고, 2019년 1월 1일에는 '눈사람 소행성'이라는 별칭을 가졌던 카이퍼벨트 천체 '아로코스'(Arrokoth)에 3천540㎞까지 근접하며 과학탐사와 중력 도움 비행을 했다.
뉴허라이즌스 운영팀은 현재 중력도움 비행을 하며 탐사할 카이퍼 벨트 내의 새로운 천체를 물색 중이며, 올여름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과학탐사 능력을 개선할 계획이다.
핵 전지를 갖춰 오는 2030년대 후반까지 작동하기에 충분한 동력을 갖춘 뉴 허라이즌스호는 현재 양호한 상태로 카이퍼 벨트의 태양풍과 우주환경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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