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닷새 만에 양육권 박탈당한 친모와 함께 스위스에서 발견
말레이 거주 '음모론자' 계획 의심…사법당국 체포영장 발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동부 보주산맥 인근 한적한 마을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이달 13일 납치된 8세 소녀 '미아'가 국경 너머 스위스에서 무사히 구조됐다.
신고 닷새 만에 버려진 공장 안에서 발견된 미아의 옆에는 배우자 폭행·자녀 교육 거부 등을 이유로 올해 1월 양육권을 박탈당한 친모(28)가 있었고,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당국은 미아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납치에 가담한 일당 5명을 검거했고, 조사 결과 딸을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어머니가 납치에 연루됐다는 점을 파악했다.
어머니가 딸의 납치를 의뢰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과거 중도성향 민주운동당(Modem) 소속 정치인 레미 다이에 비드만(55)이 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은 비드만이 미아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 일당에게 3천유로(약 400만원)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말레이시아에 수년째 살고 있는 비드만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반유대주의 등에 기반한 각종 음모론을 퍼뜨리며 프랑스 전복을 주장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툴루즈를 주도로 하는 오트가론 주에서 민주운동당을 이끌었던 비드만은 2010년 제명당하고 나서 극우로 돌아섰다고 한다.
비드만은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아이를 어머니에게 돌려주려 했을 뿐"이라며 납치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당국에 붙잡힌 용의자 중 한명은 비드만이 미아의 어머니를 돕고싶다며 인터넷으로 먼저 연락을 취했다고 증언했다.
비드만이 운영하는 홈스쿨링 홈페이지에는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외 도피 방법을 유료로 안내해준다는 설명이 나와있다고 BFM이 보도했다.
미아를 납치하는 과정은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어머니의 이름과 딸의 이름을 합쳐 '리마'라고 작전명을 지었고, 무전기를 들고다니며 소통했다.
범행에 가담한 일당은 위조 신분증으로 아동복지담당 공무원 행세를 하며 할머니에게서 미아를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국경을 넘을 때에는 경찰 검문을 피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2시간 동안 걷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아직 스위스에 있는 미아의 어머니 신병을 인도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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