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후계 경쟁 본격 개시…기민당 라셰트 vs 녹색당 배어복

입력 2021-04-21 02:24  

메르켈 후계 경쟁 본격 개시…기민당 라셰트 vs 녹색당 배어복
9월 26일 연방의회 총선거…사민당 숄츠까지 3파전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16년 만에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독일 여당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0일(현지시간) 진통 끝에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확정하면서 이미 후보를 정한 녹색당과 사회민주당(SPD)과의 선거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지율 2위로 도약한 녹색당이 파격적으로 내세운 40세 여성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배어복 후보가 보수의 대표주자 60세 라셰트 후보를 제치고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라셰트 기민당 대표는 이날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제 기민당과 기사당은 일치단결해 한 팀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면서 "기민·기사당 연합은 독일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닻이자, 현대화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라셰트 대표와 지난 8일간 총리 후보직을 놓고 겨뤘던 마르쿠스 죄더 기사당 대표는 이날 "주사위는 던져졌다"면서 "라셰트 후보가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라고 말했다.
앞서 죄더 대표는 기민당 지도부가 총리 후보를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혔고, 기민당 지도부 46명은 투표를 거쳐 라셰트 대표를 총리 후보로 확정했다. 31명은 라셰트 대표를 9명은 죄더 대표를 각각 뽑았고, 6명은 기권했다.


앞서 ARD 방송이 조사한 독일트렌드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 지지자 중 72%, 전체 독일 시민 중 44%는 총리후보로서 죄더 대표가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라셰트 대표가 적합하다는 응답은 지지자 중 17%, 전체 독일 시민 중 15%에 불과했다.
전체 연방하원 의석수(709석) 중 기민당은 200석, 기사당은 46석을 각각 보유해 기민당의 의석수가 훨씬 많다.
1961년생인 '광부의 아들' 라셰트 대표는 18세였던 1979년 기민당 당원으로 가입했고 1994년 연방의원에 1999년에는 유럽의회 의원에 각각 선출됐다. 2005년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에 합류해 세대·가족·여성·통합 초대 장관을 지냈고, 2017년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로 선출됐다.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라셰트 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어 총리로 당선되면 중도에 가까운 메르켈 총리의 기조가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 1월 당대표 취임 이후 기민·기사당 연합 지지율이 36%에서 20%대로 떨어진 가운데, 카리스마와 대중적 인기가 부족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9월 26일 연방하원 총선거까지 이어질 선거전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이 지지율 2위 녹색당이나 3위 사민당에게 추격당할 가능성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한참 느려 여당 연합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연합 소속 의원들이 보건부에 코로나19 마스크 공급을 중개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스캔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28%, 녹색당은 21%, 사민당은 15%를 각각 기록했다.
녹색당은 전날 창당 후 첫 총리 후보로 안나레나 배어복 공동대표를 지명했다. 1980년생으로 만 40세 여성인 배어복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20년 이상 젊은, 유일한 여성 후보로 독일 통일 이후 자라난 세대를 대변해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사민당은 이미 지난해 8월 차기 총리 후보로 메르켈 총리와 대연정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62)을 지명한 바 있다. 숄츠 후보는 경험이 풍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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