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후 첫 거리시위 주도 타이자 산 아파트에 군경 쳐들어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반대 거리 시위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 체포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들의 신변 위협도 커지고 있다.
2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제2 도시 만달레이의 시위 주도자인 타이자 산(32)의 아파트에 군경이 들이닥쳤다. 일부는 사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문을 부수고 집안까지 막무가내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타이자 산은 당시 다른 곳에 숨어있었던 터라 체포되지 않았다.
모친은 며칠 전 몽유와 지역 거리 시위 지도자 체포 이후 아들과 연락이 끊겼다면서 그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타이자 산은 두 달 넘게 계속되는 미얀마 반군부 거리 시위를 이끄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쿠데타 발발 나흘째인 2월 4일 만달레이 시내에서 첫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
이후 이틀 뒤인 6일 최대 도시 양곤을 시작으로 미얀마 전역으로 거리시위의 불길이 옮겨붙었다.
한 네티즌은 SNS에 "타자 산은 쿠데타로 대중들이 충격으로 무력한 상태였을 때, 며칠 만에 소규모 시위를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많은 신세를 진 가장 용맹한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타이자 산은 군경의 체포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 페이스북에 자신은 한동안 집을 떠나있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아파트를 모조리 휘젓고 모든 걸 가져갔다"고 비판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타이자 산은 군사 정권의 집중 표적이다.
제2 도시의 거리시위 지도자라는 점 외에도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얀마 전통 치마를 두르고 발가락 슬리퍼를 신은 채 시위대 맨 앞에서 열정적으로 반군부 구호 등을 외치는 그의 모습은 미얀마 반군부 시위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연합뉴스가 최근 만달레이 현지에서 그를 화상으로 연결해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에도 신변 위협 때문에 인터뷰가 한 차례 연기된 적이 있었다.
군경을 피해 갑작스럽게 은신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인터뷰는 다음 날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타이자 산은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군경에 수배 중이라서 거처를 자주 옮기냐는 질문에 "그렇다. 고향 마을까지 군경이 찾아가기도 했고, 제가 살던 만달레이 동네에 와서 찾기도 했다"면서 "저뿐 아니라 다른 시위대 지도자들도 그렇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타이자 산과의 인터뷰 다음 날인 15일에는 사가잉 지역 몽유와를 중심으로 반군부 거리 시위를 이끌던 '리틀 판다' 웨이 모 나잉(26)이 체포됐다.
당시 웨이 모 나잉은 몽유와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반군부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었지만,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도로 중앙을 넘어와 고의로 부딪친 뒤 그와 여성 한 명을 끌고 갔다.
체포 하루 뒤에는 그가 심하게 두들겨 맞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신변 우려 위협이 더 커졌다.
이들과 더불어 최대 도시 양곤에서 거리 시위를 이끌던 잇 띤자 마웅도 지난주 민주진영 및 소수민족 무장단체 임원들로 구성된 국민통합정부(NUG)에서 여성청소년아동부 차관직을 맡게 된 만큼, 군부의 체포 시도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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