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년 만에 치러진 4번째 조기 총선에서 연정 구성 우선권을 확보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실상 연정 구성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는 국민에게 총리 선출을 맡기는 별도의 선거를 통해 재집권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1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라암(Ra'am)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 구성을 위한 직접 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암은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4석의 의석을 확보한 아랍계 정당으로, 네타냐후의 재집권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제3지대' 세력이다.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원 중 과반(61석)에 못미치는 52명의 지지로 연정 구성 우선권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일부 우파 정당들과 함께 라암을 잠재적인 공략 대상으로 고려해왔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반대파 우파 정당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유대교 계열 우호 정당들의 반대로 라암과도 한배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연정 구성 시한까지 아직 2주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TV 앵커 출신의 야이르 라피드가 주도하는 '반네타냐후 블록'은 아랍계 정당의 지지 속에 연정 구성 때까지 의회를 운영하고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준비위원회(Arrangements Committee)를 장악하며 세를 과시했고, 네타냐후가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좌우와 중도를 아우르는 거국 내각 구성 계획까지 밝혔다.
의회 주도권을 빼앗기고 사실상 원내 '야당 지도자'로 전락한 네타냐후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이 직접 총리를 뽑는 별도의 선거를 재집권 카드로 꺼내든 셈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을 지지하는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Shas)는 지난 19일 크네세트 의장에게 총리 직선제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총리 선출을 위해 별도의 선거를 치르며, 선거의 승자는 자동으로 과도정부의 총리 자격을 갖게 된다.
이 경우에도 과도정부 총리는 연정을 구성해야 하며,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다만, 네타냐후가 총리 후보가 아니라 직접선거를 통해 총리 자격을 갖춘다면 연정 구성이 더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반네타냐후 블록이 의회 운영권을 쥐게 된 만큼, 별도의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입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에 치러진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불발했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두 연정 파트너는 사사건건 갈등했고, 결국 연정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 속에 출범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파국을 맞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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