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시베리아 주요 도시부터 시작…나발니 측근들 사전 체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교도소 복역 중 건강이 악화해 사망 우려까지 제기된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시위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졌다.
반정부 성향의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등에 따르면 이날 11개 시간대에 걸쳐 있는 러시아의 극동과 시베리아 도시들에서부터 시위가 시작됐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마가단, 유즈노사할린스크 등의 극동 도시들에서 시작된 시위는 뒤이어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톰스크, 바르나울 등의 시베리아 도시들로 이어졌다.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선 약 4천 명이 시내 레닌광장에 모여 수감 나발니에 대한 치료와 조속한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국 40개 도시에서 180여 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
이 기구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연행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저녁 7시부터 시위가 예정된 수도 모스크바에선 나발니 지지자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미리 차단벽이 설치됐다.
이날 시위에 앞서 러시아 전역의 20개 도시에선 나발니 측근들이 속속 체포됐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모스크바에선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 변호사 류보피 소볼이 집회법 재위반 혐의로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소볼은 에호 모스크비 방송을 통해 당국의 허가가 나지 않은 나발니 지지 집회에 나올 것을 호소한 혐의가 적용됐다.
소볼은 집회법 재위반으로 최대 30일의 구류나 30만 루블(약 44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나발니의 홍보 비서 키리 야르미슈와 전 하원 의원 블라디미르 리슈코프 등의 나발니 측근들도 비허가 시위를 추진해 집회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올해 1월 귀국했으나 곧바로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달 31일부터 민간 의사 진료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던 나발니는 지난 18일 블라디미르주 포크로프시의 제2번 교도소에서 같은 블라디미르주 주도인 블라디미르시의 제3번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된 나발니를 찾아 면회한 변호사 올가 미하일로바는 "나발니가 아주 많이 약해져서 말을 하거나 앉기도 힘들어한다"고 밝혔다.
나발니 개인 주치의들은 지난 17일 그의 혈중 칼륨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라 언제든 심장 박동 장애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국내외에선 나발니에게 외부 민간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허용하고 그를 조속히 석방하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으나,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 대한 처벌이 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며 '특별 대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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