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하원, 치료불가능 말기 환자의 안락사 허용 법안 가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가 안락사 허용에 한 발짝 다가갔다.
칠레 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환자에 대해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해 상원으로 넘겼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7년 만이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발효되면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에 걸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는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선 의사 2명의 진단이 필요하며 환자 본인이 의식이 또렷한 채로 의사 표명을 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안락사를 요청할 수 없다고 법안은 명시했다.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가톨릭 신자인 칠레에선 2006년과 2011년에도 안락사 입법이 추진됐다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법안이 하원 문턱을 넘기까진 칠레 여성 세실리아 에이데르(54)가 안락사 지지 여론을 끌어내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AP·EFE통신에 따르면 에이데르는 전이성 암과 루푸스, 혈액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 치료제도 없다. 연명을 위해 그는 휠체어를 타고 매일 수혈을 받으러 다니고 고통을 가라앉히려 6시간마다 모르핀을 맞는다.
에이데르는 "잠이 들면 다시 깨어나지 않는 것이 소원"이라며 "지금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를 호소해 보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회의 안락사 합법화에 기대를 거는 에이데르는 "난 자살을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 기계에 의존해 남은 삶을 보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존엄함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곳은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등 6개국뿐이다. 중남미에선 콜롬비아가 유일하다.
지난 2월에는 페루에서 다발성근염으로 전신이 마비된 40대 환자가 법원으로부터 안락사 권리를 인정받은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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