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외교'까지 펼치다 확진자 폭증에 국내 수요에도 대응 못해
의료용 산소·치료제 등도 동나…'의약품 강국' 이미지도 훼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며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던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만나 최악의 감염국으로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백신 외교'까지 벌일 정도로 초기 물량이 넉넉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도의 백신은 현재 자국 내에서조차 부족한 상황에 처했고 의료용 산소, 의약품, 병상 등도 동나 의료 인프라는 총체적으로 붕괴하는 조짐이다.
인도가 이런 상황에 부닥친 것은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전례 없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2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 31만4천835명(보건·가족복지부 기준)을 기록, 종전 미국의 세계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명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국은 여유를 갖고 주변국에 백신을 나눠줬다. 기존 병원의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일부도 일반 환자용으로 돌려졌다.
하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공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당국은 수출을 일부 중단하면서까지 국내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여전히 공급이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도는 의약품 강국'이라는 명성도 훼손됐다.
렘데시비르 같은 코로나19 치료제는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불법 시장 판매 가격이 시가의 5∼6배로 뛰기도 했다.
의료용 산소는 전국 곳곳에서 공급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전날 뉴델리 시내 여러 병원에서는 산소 물량이 몇 시간밖에 버티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의료용 산소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은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이 발생해 장기 손상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이 심화하자 당국은 백신, 의료용 산소, 의약품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코비실드), 인도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백신(코백신),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한 당국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다른 외국산 백신을 더 빠르게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또 자금 지원을 통해 현재 월 1천만회분 수준인 코백신의 생산량을 9월까지 1억회분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코비실드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백신회사 세룸 인스티튜트(SII)도 백신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족한 의료용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용까지 일부 동원하기로 했다.
당국은 지난 18일 제약, 철강, 정유 등 9개 분야를 제외한 산업용 산소를 의료용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5만t가량의 산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렘데시비르에 대해서는 수출을 중단하고 국내 생산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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