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날' 화상으로 모인 지구촌 정상…온실가스 감축 한목소리(종합)

입력 2021-04-23 03:05   수정 2021-04-23 11:36

'지구의날' 화상으로 모인 지구촌 정상…온실가스 감축 한목소리(종합)
바이든 주도로 화상 정상회담…한국 포함 중·러·일·EU 등 정상 40명 초청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재확인…"미국 절반 감축" 등 2030년까지 목표 상향 속출
시진핑·푸틴은 새목표 제시 안해…개도국선 "선진국의 저소득국 원조 확대" 요구


(워싱턴·상하이·모스크바·런던=연합뉴스) 류지복 차대운 유철종 최윤정 특파원 = 전 세계 40여명의 정상이 22일(현지시간)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개최한 기후 정상회의에 주요국 정상이 참석해 개별 국가의 노력은 물론 국제적 차원의 공조 및 협력 의지를 다짐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춘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38개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셀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40명이 초청장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갈등적 관계를 이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화상으로 연설했다.

정상들은 이날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이 '제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최대 섭씨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한 국가들이 속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 대비 50~52%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뒤 경제대국이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25년까지 26~28% 감축하겠다고 제시한 목표의 거의 배 수준으로, 국제적 노력을 독려하려는 미국의 솔선수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국 정상들도 기후변화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호응한 뒤 과감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방침을 언급했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상태다.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40% 감축이 목표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일본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3년 대비 기존 26%보다 크게 높인 46% 줄이겠다고 밝혔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2005년 대비 40~45% 감축이라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2030년까지 불법적 삼림 벌채를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기후정치에서 협력하기 위해 되돌아온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을 뒤집는 발표에 정말 흥분됐다"고 호응했다. 영국은 탄소 배출을 2035년까지 78%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국 1위인 중국과 3~4위인 인도, 러시아는 공동 협력을 언급했지만 진전된 새 목표를 제시하진 않아 대조를 보였다. 미국은 2위 배출국이다.
시 주석은 미국과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장기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다른 많은 나라에 비해 지난 1990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더 많이 감축했다"고 한 뒤 미국이 역사적으로 최대 배출국이었다고도 언급하며 특정국이 아닌 유엔 주도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 다른 부유국들이 저소득국의 석탄발전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약속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저소득국은 부유한 나라가 만든 탄소 배출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원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러시아와 같은 적대적 경쟁국과 광범위한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지구온난화 대응에 협력할 가장 진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노력과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첫날 이 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AP통신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영국에서 예정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향후 10년간 새로운 목표를 채택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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