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내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면 공식 건의키로
조계종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도 10여건 등장…정부·여당은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재계를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다음주 중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정식 건의하기로 했다.
경총이 건의서 초안을 작성해 전날 경제단체간 조율을 마쳤고, 내주 정식 건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건의서에는 "우리 경제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통령에 사면 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단체가 정식 건의를 결정한 것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손경식 경총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구두로 사면을 건의했고, 다른 단체장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공개한 바 있다.
홍 부총리 역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단체장들의 사면 건의가 있어 관계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확인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재계를 넘어 종교계와 기타 단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보낸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또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청와대로 보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도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서 13건의 건의가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특별사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 사면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건과 코로나19 백신을 연계하는 '백신 스와프'가 정·재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면서 이 부회장을 사면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부회장을 경제현장으로 불러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토록 하면서, 이 부회장의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도입까지 일익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으로서도 최근 사면 논란이 마냥 달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미국과 평택 반도체 공장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경영에 복귀하길 바라고 있지만, 사면이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신 외교'를 공론화하며 코로나 백신을 외교 전략 카드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사면'의 혜택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현재 미국 오스틴 등과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투자 외에 추가 투자 등 또다른 '선물'을 요구받을 경우 난처한 상황이 된다. 미국이 원하는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것도 삼성에는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형을 사는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 등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 상태여서 이번에 사면이 된다 해도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주 경제5단체의 정식 건의를 계기로 정부도 본격적으로 사면 여부를 검토해보지 않겠느냐"며 "다만 사면은 정부의 전략적 결단 없이는 쉽지 않은 문제여서 여러 측면이 다각도로 고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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