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첫 통화…40년만에 성명에서 '집단학살' 용어 사용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터키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genocide)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 석달 여만에 처음으로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4월 24일은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추모일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모일 성명에 '집단학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40년 만에 다시 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한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역사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터키의 전신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으로 150만명 정도가 사망했고, 50만명이 거주지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한 마지막 대통령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이후 미 대통령은 터키의 압력에 따라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동안 처형이나 추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거나 집단학살로 규정한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
AFP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참모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을 언급하지 않은 채 "소위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이라는 거짓말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항해 진실을 수호하라"고 언급했다고 터키 대통령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터키의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공세적 태도를 취한 셈이지만, 양국의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불일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건설적 양국 관계에 관한 관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은 양자,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양자 회담을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전략적 특성과 함께 상호 관심 현안에 대한 더 큰 협력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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