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 아세안 정상회의…흘라잉 최고사령관 참석(종합)

입력 2021-04-24 17:20  

'미얀마 사태' 아세안 정상회의…흘라잉 최고사령관 참석(종합)
태국·필리핀·라오스 정상은 불참…아세안 사무국서 비공개 진행
'내정 간섭 불가' 원칙 속 극적 타결 어려워…정상급 대화에 의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고, 나머지 9개국 정상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했다.


아세안 사무국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앞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양복 차림으로 자카르타의 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공개됐다. 쿠데타 이후 해외 방문은 처음이다.
미얀마 군부는 2월 1일 총선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을 구금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등 미얀마 시민 745명이 군경의 발포 등 폭력에 숨졌고, 3천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본래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적이 없으나,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지난달 2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처음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외교장관 수준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날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인도네시아와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미얀마 사태 해결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날 회의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 정상은 직접 참석했으나, 태국과 필리핀, 라오스 정상들은 외교부 장관을 대리 참석시켰다.



이날 특별정상회의는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0개국 정상 또는 외교장관들이 각자 5분 이상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발언한 뒤 토의 결과 의견 합치가 이뤄지면 아세안 공동성명을, 그렇지 못하면 논의 결과에 대한 아세안 의장 성명을 낼 수 있다.
당초 오후 1시30분부터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 회의라서 정확한 시작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주어진 발언 시간을 쿠데타 정당성을 설득하는데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민들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하며 '반인륜 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교 관계자들은 이날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참관 속 재선거 조기 실시'와 같은 극적 타결은 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얀마 재선거 자체를 시민들은 '쿠데타 정당성 부여'라며 반대하고, 군부는 재선거로 정권을 잡을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기에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아세안이 미얀마의 회원국 지위 정지와 대미얀마 투자 중단 등 강경책을 내놓길 원하지만, 이 또한 같은 지역 국가들로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정상회의를 두고 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 사태에 머리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는 쪽과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변호할 기회만 줬다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린다.
아세안 정상들이 이날 미얀마 사태 해법을 두고 어떤 수위의 결과를 도출할지, 특사 임명 등 아세안 차원에서 대화를 이어갈 장치를 마련할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려 있다.
특별정상회의 개최 전 사전회의에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 민주진영간 대화를 중재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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