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대신 양복 차림 흘라잉…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 경비

입력 2021-04-24 16:24   수정 2021-04-24 16:28

군복 대신 양복 차림 흘라잉…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 경비
사무국 청사 주면 무장 군경 둘러싸…도로 봉쇄로 시위대 차단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양곤에서 미얀마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발해 3시간 45분 만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평소와 달리 양복 차림이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국영 매체를 통해 늘 군복 차림을 보여준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제사회에 쿠데타 정당성과 임시 지도자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복부터 다양한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 진압 과정 등에서 목숨을 잃은 시민은 745명에 이른다.
하지만, 군부는 "미얀마 사태는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고 싶다"며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까지 고용했다.
미얀마 시민과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 주변에는 무장 군경이 배치되고, 반경 1㎞ 이내 도로를 원천 봉쇄해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회의와 관련해 경력 4천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사무국 청사 주변을 둘러본 결과 군경 수백명이 장갑차는 물론 폭발물 탐지 장치와 탐지견까지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인 만큼 청사 출입구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취재진 수십 명이 모여서 중계방송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했다.
연합뉴스 특파원을 포함해 각국의 많은 취재진이 아세안 사무국에 현장 취재를 신청했지만, 코로나 상황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인 시위대는 "흘라잉 최고사령관 체포" 등을 촉구하며 아세안 사무국 청사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흘라잉은 로힝야족 학살과 최근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인도네시아 경찰과 협조해 그를 체포해 달라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요청했다.
이날 양곤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는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군부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특별정상회의는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0개국 정상 또는 외교부 장관들이 각자 5분 이상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발언한 뒤 토의 결과 의견 합치가 이뤄지면 아세안 공동성명을, 그렇지 못하면 논의 결과에 대한 아세안 의장 성명을 낼 수 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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